제120화
강우빈이 화장실을 다녀와 보니 한서연이 스팀다리미로 외투를 다리고 있었다.
강우빈이 한서연을 부르려는 순간, 한서연이 고개를 돌리면서 미소를 지었다.
“대표님, 홍차는 이미 준비했어요.”
강우빈은 표정이 변하지 않은 채 잔을 받았고 전혀 의심하지는 않았다. 다만 역시 심은지가 키워낸 사람이라는 생각이 스쳤다. 한서연의 사소한 습관과 손길마다 예전 심은지의 모습과 겹쳐 보였다.
심은지는 오후 서너 시가 되어서야 눈을 떴고 속에 허기가 차서 깬 참이었다.
이제 7월이 코앞이라 밖에는 햇살이 독했다. 기울어진 햇살이 창을 비켜 들어왔지만 사무실에는 에어컨이 켜져 있었고 심은지의 몸 위엔 얇은 담요가 덮여 있었다.
“아빠, 왜 안 깨웠어요?”
잠시 멍하니 있다가 책상 옆에 앉아 있는 심종훈을 보자 심은지는 정신이 돌아왔고 기지개를 길게 켰다.
바쁜 와중에 정말 이런 달콤한 낮잠은 드물었다. 심은지는 몸이 한결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잘 자는데 왜 널 깨우겠어... 배고프지? 오늘은 일찍 마무리하고 집에 가서 밥 먹자.”
심종훈이 서류를 덮으며 말했다.
심은지는 웃음이 났다.
‘막 깨어나자마자 식사 타령이라니... 매일 먹고 자는 돼지도 아니고...’
그래도 심은지는 한숨 푹 잔 덕에 기운이 돌았다. 심종훈한테 지금 쌓여 있는 일만 생각하면 시간 한 줌도 아깝다고 말하려는데 배는 솔직했다.
꼬르륵...
“가자.”
심종훈이 웃으면서 말했다.
“집에 탕 끓여 놨어.”
심은지는 배를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엘리베이터로 향하던 중, 심종훈이 툭 내뱉었다.
“그 자식은 이제야 철들었나 보지. 진작에 좀 그랬어야지. 여태까지 뭐 한 거야.”
무슨 말인가 싶어 고개를 돌리자, 심종훈이 어디서 꺼냈는지 체리 한 봉지를 내밀었다.
그제야 알았다.
‘아마도 요 며칠 강우빈이 회사로 보내는 과일 얘기겠지.’
심종훈은 회사 사정을 훤히 알았다. 강우빈이 매일 과일과 온갖 것을 보내는 것도, 분량이 적지 않은 것도 이미 들었다. 그런데 막상 다녀보니, 전체 직원의 책상에 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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