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9화
사무실에는 에어컨이 은은히 돌아가고 있었다. 한서연의 시선은 끈적하게 강우빈의 옆얼굴에 붙었다.
심은지는 예전에 수많은 지원자 가운데서 한서연이 뽑힌 그날, 한서연이 강우빈을 처음 본 순간에 이미 마음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강우빈을 만나기 전의 석 달 동안, 한서연은 심은지를 친언니처럼 여겼다. 평생 기억하고 감사할 사람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강우빈을 본 뒤로, 그런 고마움은 질투와 시기로 바뀌었다.
심은지는 본래부터 너무나 빛났다. 얼굴도, 학업도, 일도 모든 게 남의 부러움을 샀다.
게다가 강우빈은 그룹 대표이자 훗날 대영 그룹을 이을 사람이었고 얼굴마저 신이 조각한 것처럼 완벽했다.
그때의 한서연은 강우빈을 볼 때마다 스스로가 초라해져 숨고 싶었다.
뒤이어 생긴 자신감은 아이러니하게도 심은지가 한 겹씩 얹어 준 것이었다.
몇백만 원짜리 옷과 가방을 사 주고, 화장을 포함한 모든 걸 가르쳐 주었다.
결정적으로 심은지가 직접 한서연을 강우빈의 곁으로 붙여 주었고, 강은우를 돌볼 기회까지 열어 주었다.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 한 발판이 전부 심은지에게서 나왔다.
한서연은 몰래 강우빈의 입매를 힐끗 보았고 살짝 입을 맞추고 싶다는 충동이 스쳤다.
예전에 심은지가 회사에 들렀다가 돌아갈 때면 강우빈에게 꼭 가볍게 입을 맞췄다.
그때마다 강우빈은 미간을 찌푸리며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한서연은 강우빈이 벌써 심은지한테 마음이 식었는지 생각했다.
하지만 심은지가 장난스레 토라지면 강우빈은 금세 체념한 듯 다시 짧게 그녀의 입을 맞췄다.
그 장면을 볼 때마다 한서연의 속은 뒤틀렸다. 언제부터인지 심은지를 흉내 내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이었다.
사무실에 CCTV가 있으니 대놓고 무리할 수는 없었다. 한서연은 조용히 옆에 걸려 있던 외투를 들어 강우빈에게 살포시 덮어 주었다.
이틀 내내 바쁘게 움직였던 탓일까, 강우빈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한서연은 잠시 숙였다가 멈칫했고, 이내 자리로 돌아와 서류를 넘겼다.
가끔 고개를 들어 강우빈의 잠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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