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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화

“세워!” “강우빈, 차 세워. 난 절대 그 집으로 안 갈 거야!” 심은지가 갑자기 핸들을 확 잡아채자 강우빈이 놀랐다. 그는 반사적으로 핸들을 돌려 갓길에 차를 세웠다. “심은지, 미친 거야?!” 운전 중에 핸들을 뺏는 건 정말 죽자고 하는 짓이었다. 험한 말이 목구멍까지 치밀었지만 강우빈은 곧 심은지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다. 차가 멈추자마자 심은지의 이성이 스르르 돌아왔고 순간 눈앞이 멍해졌다. ‘내가... 방금 왜 그랬지? 그렇게 위험한 일을...’ “나...” 강우빈은 새하얗게 질린 얼굴을 보고 마음이 누그러졌다. “알았어. 돌아가기 싫으면 당장은 안 가도 돼. 대신... 우리 얘기 좀 하자. 응?” 조금 전의 심은지는 분명히 감정이 무너져 있었다. 그녀는 강씨 저택으로 돌아가는 걸 강하게 거부하고 있었다. 심지어 핸들까지 잡아채며 차를 세우게 할 정도였다. 심은지도 뒤늦게 등골이 서늘해졌다. 강우빈이 반응이 빨랐기에 망정이지 정말 큰일이 날 뻔했다. 심은지가 대꾸하지 않자 강우빈은 미간을 좁히더니 몸을 기울여 조심스레 그녀를 끌어안았다. “일단 친정으로 데려다줄게. 푹 쉬고... 그다음에 이야기하자. 응?” 강우빈은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다. 막상 마주하자 화부터 냈던 자신이 부끄러웠다. 사고가 날 뻔했는데, 걱정 대신 호통을 쳤으니 말이다. 심은지는 이번에 강우빈을 밀어내지 않았다. 머릿속에는 아까 그 장면만 맴돌았다. ‘내가 어떻게 저런 이성을 잃은 행동을 할 수가...’ 심은지는 본능처럼 손이 배로 갔다. ‘무슨 일이라도 났으면... 내 뱃속의 아기는...’ 꽤 오래 달래고서야 강우빈은 팔을 놓았다. 그는 시선으로 멀리 강씨 저택이 있는 방향을 흘깃 보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홧김에 심은지를 억지로라도 데려가려다가 큰일이 날 뻔했다. 그래서 앞으로 심은지를 다시는 혼자 다니지 못하게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은지의 반응이 이토록 격하다니...’ 차의 방향을 돌리자, 심은지는 창밖만 바라보며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친정집이 가까워질 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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