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7화
“거절해. 그리고 당분간은 아파트에만 있어. 어디도 가지 마.”
한서연은 말을 마치자마자 전화를 끊었다.
차가운 얼굴로 창가로 걸어가 멀리 보이는 강씨 가문 빌딩을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해외로 나가겠다고 말하던 바로 그 순간부터 한서연은 강우빈이 자신을 감시할 가능성이 높다는 걸 이미 예상했다.
하지만 그게 사실이라는 걸 눈으로 확인한 지금 한서연의 기분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강우빈, 당신은 정말 나를 하나도 믿지 않는구나.’
‘좋아, 그러면 나도 더 이상 죄책감 따윈 느끼지 않겠어.’
한서연은 몸을 돌려 지금 자신이 머무는 작은 원룸 아파트를 둘러보았다.
그 눈빛에는 짙은 혐오가 깃들어 있었다. 하지만 손에 쥔 돈이 얼마 남지 않아 지금은 이곳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그날 약을 탄 일이 강우빈에게 들통난 이후, 그녀는 곧바로 집을 팔아 현금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자신과 얼굴이 빼닮은 여자인 해수를 고용해 대신 해외로 나가게 했다.
강우빈의 감시를 해수가 대신 받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한서연은 남은 돈으로 강씨 가문 빌딩 근처의 이 아파트에 들어 숨어 지냈다.
그리고 의심을 피하고자 대역인 해수에게 해외 여러 회사에 무작위로 이력서를 제출하게 해 정상적으로 해외에서 생활하는 듯한 흔적을 만들어두었다.
그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한서연은 감시를 그만둔 게 아닐까 하고 안도했었다.
그러나 오늘 해수가 면접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전해오자 한서연은 바로 깨달았다.
강우빈은 여전히 자신을 감시하고 있으며 그녀를 철저히 해외에 묶어두려 한다는 사실을.
“그렇게까지 나를 다시 보고 싶지 않은 거야? 하지만 아쉽게도 나는 당신 뜻대로 하지 않아.”
한서연은 휴대폰 화면 속 잔액을 바라보며 점점 더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해외에서도 국내에서도 각각 집세가 나가고 대역인 해수의 급여와 생활비도 꾸준히 지출되고 있다. 게다가 집에서는 계속 돈을 요구해 왔고 이대로라면 정말 머지않아 가진 걸 모두 잃게 될 터였다.
‘안 돼. 뭔가 방법을 찾아야 해. 강우빈과 심은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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