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화
심은지는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
“처음 있는 일도 아닌데, 변명은 왜 해.”
업무 때문이라는 말을 도대체 몇 번을 들어야 했던가.
한서연에게 한밤중에 걸려 온 전화도 업무, 퇴근 후에도 업무.
강우빈은 짙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심은지의 비꼬는 말투가 가슴을 짓눌렀다. 더 이상 ‘설명’ 같은 걸 늘어놓다가는 또다시 싸움으로 번질 게 뻔했다.
그와 한서연 사이에 아무 일도 없다는 걸 몇 번 더 설명해야 하는 걸까.
게다가 한서연은 심은지가 직접 배양해 낸 사람 아닌가. 그런 그녀까지 질투하고 의심한다니.
“은우가 어젯밤 내내 미안하다며 울었어. 목이 다 쉬도록 울면서 ‘엄마’를 찾더라. 한밤중까지 그렇게 울다 겨우 잠들었는데, 깨어나서는 또 엄마 보고 싶다며 찾았어.”
강우빈은 의도적으로 심하게 말했다. 하지만 심은지는 그 아이가 멀게만 느껴졌다. 은우는 이미 그녀에게 낯선 존재로 변해버린 듯했다.
“어제 일부러 널 다치게 하려던 게 아니야. 아직 어린애잖아. 스스로도 잘못한 걸 알고 있어. 은지야, 그냥 돌아가서 은우 좀 달래주면 안 되겠어?”
그는 미간을 짚었다. 아침에 은우가 밥도 거른 채 고열에 시달리던 모습이 떠올랐다.
“오늘 아침에도 열이 39도까지 올랐어. 이대로면 몸에 해로울 뿐 아니라 학업에도 지장이 가. 게다가 곧 학부모 회의도 있잖아...”
그는 잠시 말을 고르다 깊은 눈빛으로 심은지를 응시했다.
“난 회사 일 때문에 시간이 없어. 은지야, 제발 돌아와 줘. 나도, 은우도 네가 필요해.”
그의 말은 사과라기보다는, 집안일과 아이를 도맡아 줄 사람 필요하다는 뜻에 가까웠다.
‘학부모 회의가 다가오니까, 이제야 날 찾는 건가.’
심은지의 가슴은 차갑게 굳어졌다. 강은우의 크고 작은 일은 늘 그녀 손을 거쳐야만 했고, 아버지인 강우빈은 한 번도 진심으로 발 벗고 나선 적이 없었다.
강은우가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길 꺼리자, 그녀는 시간을 들여가며 적합한 교사를 찾아 1대1로 가르치게 했다.
이제 와 돌아보면, 모든 게 허무했다.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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