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화
심종훈은 며칠째 방에서 한 발짝도 안 나오는 딸을 보며 결국 입을 열었다.
“은지야, 회사 임원진이랑 이사회 사람들 자료 정도만 봐도 충분하다. 프로젝트 개발이나 협력사는 급할 게 없어.”
“아버지 걱정 마세요. 전 할 수 있어요.”
심은지는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대답했다.
넓은 방 안, 책상 위와 바닥에는 서류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전부 한성 그룹 내부 자료와 데이터였다. 그걸 하나하나 파고드는 게 회사의 구조와 흐름을 가장 빨리 파악하는 방법이었다.
“은지야, 내가 연회를 준비한 건 너를 공식적인 후계자로 발표하려는 거지, 지금처럼 목숨 걸고 전쟁하라고 한 게 아니야.”
심종훈은 못마땅하면서도 안쓰러운 눈빛으로 딸을 바라봤다. 밥 한 끼도 제때 먹지 못하고 책상 앞에 붙어 있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팠다.
그녀의 방 불빛은 늘 새벽 서너 시가 넘어야 꺼졌다.
“내가 아직 있으니, 회사의 늙은 여우들이 감히 네게 함부로 하진 못할 거야. 그렇게 급하게 안 해도 돼. 누가 우리 은지를 감히 건드려?”
심종훈의 뜻은 분명했다. 심은지가 회사에 들어오면 바로 이사회에 앉히겠다는 것이었다.
그가 버티고 있는 한, 그 누구도 딸아이에게 함부로 굴지는 못할 것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결국 딸은 혼자서도 회사를 이끌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비서 자리에서부터 시작했던 그녀는 회사 운영이 얼마나 복잡하고 치밀한지 잘 알고 있었다.
“아버지, 제가 누구 딸인데요. 회사에 들어가서 무시당할 수는 없잖아요.”
이사회 사람들은 하나같이 노련한 여우들이었다.
회사를 전혀 모른 채 자리에 앉는다면, 이사들이 조롱하지 않아도 아래 직원들이 먼저 우습게 볼 것이다.
심종훈은 결국 더 말리지 않았다. 대신 회사의 핵심 데이터와 이사들의 성격, 습관, 기호까지 정리한 자료를 건네주었다.
그날 밤도, 그녀는 날을 새우며 자료를 파고들었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한성 그룹 출근 일정에 대해 물었다.
심종훈은 최근 한성 그룹 프로젝트 개발과 주의할 점들을 물었고, 심은지는 막힘없이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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