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화
사람이 말문이 막히면 웃음부터 나온다더니, 심은지의 입꼬리도 서늘하게 올라갔다.
“아, 그래? 그럼 나... 안 그만둘게.”
짧은 한마디에 한서연의 동공이 흔들렸다. 그녀는 억지웃음을 지어 올리며 대답했다.
“그, 그거... 정말 잘된 일이네요, 은지 언니.”
“너 지금 억지로 웃는 거 같은데.”
한서연은 다급히 손사래를 치며 덧붙였다.
“아니에요. 저는 진심으로 언니가 남아주길 바라는 거예요. 혹시 제 탓에 회사를 떠난다면 제 마음이 너무 불편할 것 같아서...”
심은지의 눈빛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한서연, 사람은 자기 분수를 알아야 해. 네가 강은우 곁에 있든, 강우빈 옆에 있든 상관없어. 하지만 내 앞에서 감히 나를 건드릴 생각은 하지 마.”
그건 마지막 경고였다.
심은지는 불륜의 책임을 한서연에게만 돌리지 않았다. 강우빈의 잘못 또한 끝까지 묻고야 말겠다고 다짐했다.
그녀는 말을 마치자마자 테이블 위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난 간다. 강우빈이랑 강은우는 네가 가져.”
그녀는 옆에서 허무한 얼굴로 앉아 있던 강우빈을 보지도 않은 채, 바로 회의실을 떠나버렸다.
그 순간, 한서연은 심은지가 정말로 강우빈과 강은우를 완전히 버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는 수년간 심은지를 흉내 내며 살았다. 말투 하나, 행동 하나까지 따라 하면서도 강우빈 곁을 지키기 위해 발버둥 쳤다.
그런데 정작 심은지는, 자신이 목숨 걸고 탐내던 모든 것을 단 한마디로 놓아버렸다.
‘난 뭐지? 내가 뭘 위해 이렇게 발버둥 친 거지? 승리자처럼 움켜쥐었다고 믿었던 것들이, 사실은 은지 언니가 원하지도 않던 것들이었다니...’
그 순간, 한서연은 자신이 한낱 광대처럼 느껴졌다.
_____
심은지는 한서연의 속내 따위 알지 못한 채, 사무실로 돌아와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쾅.
문이 거세게 열리더니, 강우빈이 들어와 문을 잠갔다.
“은지야, 넌 정말 이혼을 끝까지 밀어붙이겠다는 거야? 은우까지 버리겠다고?”
붉게 충혈된 그의 눈빛이 화 때문인지, 슬픔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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