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9화
강우빈이 옷을 갈아입고 내려왔을 때, 한서연은 이미 아이 옆에 앉아 있었다.
“은우 대단한데? 이모가 선물로 뭘 해줄까?”
그녀는 아이에게 칭찬을 건네면서도, 테이블 위의 와인잔은 의도적으로 외면했다.
조금이라도 부자연스러우면 의심을 살 수 있다는 불안에, 그녀의 신경은 극도로 예민했다.
순간, 약을 팔던 자의 말이 머릿속을 스쳤다.
“이 약은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욕망을 각성시킵니다. 어떠한 흔적도, 의심도 남기지 않죠.”
그 말이 뇌리를 스치자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하지만 이번 기회만큼은 절대 놓칠 수 없었다. 심은지가 강은우를 낳았다 한들, 결국 강우빈의 곁에 서야 할 사람은 자신이어야 했다.
사실, 원래부터 강우빈을 노린 건 아니었다. 그러나 예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심은지의 태도는 한서연에게 알 수 없는 위협감으로 다가왔고, 그 불안은 그녀를 점점 더 극단으로 몰아넣었다.
한서연은 스스로를 달랬다. 설령 심은지가 돌아온다, 그 끝은 결국 이혼일 테고, 그렇게 되면 강우빈의 빈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건 자신뿐이라고...
그러나 예상과 달리, 심은지는 오히려 강우빈과 강은우에게 무관심해졌다. 이혼 소송까지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녀가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지금은 오히려 강우빈이 이혼을 거부하고, 강은우는 엄마를 그리워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게다가 한서연과 강우빈 사이에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물리적인 접촉이 없었다.
과거 도박 빚에 시달리던 아버지 문제로 그를 불러낼 때마다 눈물로 매달렸지만, 강우빈은 끝내 선을 넘지 않았다.
“은우야, 앞으로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 줘!”
한서연은 강은우의 컵에 오렌지 주스를 채워주고, 와인잔을 높이 들어 올렸다.
그리고 곁눈질로, 강우빈의 잔에 담긴 와인을 다시금 확인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오늘 밤, 그 잔은 반드시 비워져야 했다.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약의 양이 과연 충분할지 모른다는 은밀한 불안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강우빈은 밝게 웃는 아들을 바라보다가 미소를 지었다.
오랜만에 환한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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