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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저택에는 주혜린이 있어 아이가 아프면 약을 챙겨 줄 것이고, 최악의 경우엔 강우빈도 있었다. 그래서 심은지는 굳이 자신이 직접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스스로를 달랬다. 막 휴대폰을 내려놓으려던 순간, 벨이 울렸다. 발신자는 강은우였다. 심은지는 잠시 망설이다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엄마!” 연결되자마자 들려온 아이의 목소리는 잔뜩 들떠 있었다. “엄마, 저 학교에서 나쁜 일 했어요. 그러니까 엄마가 와서 혼내주면 안 돼요?” 말끝에는, 지금 당장이라도 달려와 자신을 혼내주기를 바라는 간절한 기대가 묻어 있었다. 심은지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얼마 전, 강은우가 한서연과 놀다가 숙제를 전혀 하지 않은 적이 있었다. 그날도 장혜미의 전화를 받고서야 알았지만, 집에 돌아온 아이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태연했다. 오히려 사소한 잘못에도 호들갑 떨며 혼내려 든다며, 숙제 안 한 게 뭐 그리 큰일이냐고 그녀를 원망하기까지 했다. “엄마, 언제 집에 와요? 저 엄마 보고 싶어요...” 잠시 후, 아이의 목소리는 울먹이기 시작했다. “다른 할 말 없니?” 심은지의 건조한 말투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면 곧 전화를 끊어 버릴 것처럼 들렸다. 결국 아이는 울음을 터뜨렸다. “선생님이 부모님 오라는데, 엄마는 왜 안 와요? 저 엄마 아들 아니에요? 저한테 왜 이러는 거예요...” 다른 아이들은 엄마에게 위로받는데, 자신만 혼나기만 한다는 억울함이 마음을 짓눌렀다. 심지어 사과까지 했는데도 끝내 용서받지 못했다는 분노와 서운함이 겹쳐졌다. 강은우의 투정은 결국 심은지의 신경을 건드렸다. ‘그래. 아이 눈에 엄마란 존재는 늘 참아야 하고, 불평도 못 하고, 원망조차 허락되지 않는 사람일 뿐이겠지.’ “강은우, 아프면 아주머니한테 말해. 안 되면 네 아빠한테 전화하고.” 말을 끝내자마자 그녀는 전화를 끊었다. “엄마! 엄마!” 아이가 몇 번이나 불러봤지만, 통화는 이미 끊겨 있었다. 곧 방 안에는 울음소리가 가득 퍼졌다. “엄마 싫어! 엄마 정말 싫어....” 세상에 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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