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5화
“대, 대표님...”
조현아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강우빈의 미간은 깊게 찌푸려 있었고, 그의 시선에서는 날카로운 기운이 쏟아져 나왔다.
“아까, 입덧한 거 맞아요?”
그는 인내심이 없는 성격이었다. 특히 둔한 반응을 못 참았다. 간단한 질문조차 두세 번 반복해야 하는 상황은 더더욱 못 견뎠다.
조현아는 거의 울먹이며 벽을 짚은 손에 힘이 풀렸다. 그녀는 그대로 주저앉을 뻔했다.
“대표님, 저... 저 사실 임신했어요. 하지만 절대 업무에 지장 주지 않을게요. 회사 규정 안에서 반드시 맡은 바는 해내겠습니다.”
그녀는 대영 그룹에서 3년을 버티며 간신히 자리를 잡았다. 애써 얻은 정직원이라는 위치였다. 만약 오늘 여기서 잘리기라도 한다면 그 모든 게 물거품이 될 터였다.
강우빈은 그녀의 창백해진 얼굴과 힘 빠진 몸짓을 보고서야 눈빛을 누그러뜨렸다.
그러자 문득, 심은지가 처음 임신했을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 그는 막 대표 자리에 오른 직후였고, 이사회와의 충돌, 연구 프로젝트 등으로 정신이 없었다. 입덧으로 고생하던 심은지를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
그가 해준 것이라곤, 배 속의 아이에게 대고 얌전히 있으라는 우스운 경고뿐이었다.
돌이켜 보면, 임신 기간 내내 그녀에게 가장 기본적인 동행조차 해주지 못한 셈이었다.
게다가 그 임신은 계획치 못한 일이었다. 두 사람 모두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강은우가 찾아온 것이다.
입덧이 지나 몸이 조금 안정되자, 심은지는 오히려 회사를 도우며 그의 업무까지 챙겼다.
그 기억이 떠오르자, 강우빈의 눈빛은 점점 어두워졌다. 날카롭던 기세는 잦아들고, 시선은 조현아의 배를 스친 뒤 허공에 멎었다.
“입덧, 많이 힘들죠?”
“네... 예?”
조현아는 눈을 크게 떴다.
“저, 저한테 하신 말씀이에요?”
왜 그가 자신을 그런 눈빛으로 바라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잠시, 마치 자기 뱃속의 아이가 그의 아이인 것처럼 착각이 스쳐 지나갔다.
강우빈은 그녀의 당혹을 알아차리고 정신을 다잡았다.
“저랑 어디 좀 같이 가주시겠어요?”
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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