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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열다섯 시간이 지나 비행기가 착륙했고 낯선 땅을 밟는 순간에도 나는 한동안 현실감이 없었다. 이시헌을 떠나는 데 필요한 시간은 고작 열다섯 시간이었던 것이다. 부하의 안내를 받아 마중 나온 차로 향했다. 차에 다가서자 안쪽에서 심씨 가문의 문신이 새겨져 있는 큰 손이 차 문을 열었다. 날카로운 눈매에 잘 다듬어진 이목구비를 가진 남자가 차 안에 기대어 있었다.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나는 무의식적으로 입을 열었다. “외삼촌.” 나를 데리러 온 사람이 신정훈일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는 외할아버지의 양아들이자 나와 함께 자라온, 어릴 적부터 늘 곁에서 같이 놀던 친구와 같은 존재였다. 예전에 아버지에게 쫓겨나 집을 떠났을 때, 그는 해외에서 외할아버지를 위해 명의를 찾아다니고 있었다. 그가 소식을 듣고 급히 돌아왔을 즈음, 나는 이미 이시헌을 사랑하고 있었다. 그때 신정훈은 내게 이시헌은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말했었다. 하지만 나는 누구도 말리지 못할 만큼 이시헌에게 깊이 빠져든 뒤였다. 가문을 떠나 이시헌과 결혼하기로 결심한 뒤, 우리는 다시 만나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이렇게 재회하니 마음 한구석이 괜히 어색해졌다. 다행히 신정훈은 내 실패한 사랑에 대해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고 예전처럼 내 안부를 물으며 내가 좋아하던 빵을 건네줄 뿐이었다. 그 덕분에 마음이 한결 풀렸고 나도 자연스럽게 그와 옛날처럼 대화를 나눴다. 차는 빠르게 달려 마침내 외할아버지와 만나게 되었다. 기억 속에서 늘 정정하던 작은 노인은 이제 산소호흡기를 단 채 병상에 누워 있었다. “다희 왔구나.” 외할아버지는 마른 손을 뻗어 나를 만지려 애썼다. 그 순간, 참아왔던 눈물이 침대 위로 떨어졌다. “죄송해요, 할아버지. 너무 늦게 돌아와서...” 나는 흐느끼며 그의 품에 기대었고 외할아버지는 자애로운 손길로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아무리 늦었어도... 넌 이 할아버지의 보물이란다. 내 보물은 절대 억울한 일 당할 필요 없어.” 외할아버지는 내 손을 잡은 채 오래 이야기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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