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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시우 말이 맞아. 임다희, 너도 이제 예의를 배울 때가 됐어.” 차갑고도 무정한 목소리, 나를 바라보는 형제의 눈빛은 마치 죄인을 보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 순간, 임유정이 순한 표정을 지었다. “그만해. 내가 언니인데 동생한테 양보해야지. 그리고 내일 내 생일 파티에 다희도 꼭 와줬으면 해.” ‘내일’이라는 말에 이씨 가문 두 형제의 몸이 동시에 굳었다. 그리고 잠시나마 보인 망설임과 죄책감이 서린 그들의 눈빛을 나는 똑똑히 보았다. 하지만 그 잠깐의 죄책감은 임유정을 향한 사랑 앞에서는 너무도 하찮았다. “오늘 밤 유정이 건드린 건 봐줄게. 하지만 유정이 생일 파티가 끝나면 반드시 벌을 받아야 할 거야.” 그들은 말을 끝내자 임유정을 데리고 돌아섰다. 나는 예전처럼 겁에 질려 따라가 사과하지도 않았고 이시헌의 눈치만 보며 화를 풀어달라 매달리지도 않았다. 대신 그들의 뒷모습을 향해 차분히 말할 뿐이었다. “임유정, 네 것이 아닌 건 영원히 넘보지 마. 그리고 이시헌, 이시우. 난 영원히 두 사람을 용서하지 않을 거야.” 잠시 발걸음을 멈추는 듯했지만 그들은 끝내 뒤돌아보지 않았다. 곧 문이 세게 닫히는 소리가 울렸고 나는 아수라장이 된 방 안에 홀로 남겨졌다. 그러고는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하지 않은 채 의료 상자를 꺼내 혼자 상처를 정리했다. 핀셋으로 유리를 집어낼 때, 문득 내가 다칠 때마다 이시헌이 늘 곁에 있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작은 찰과상 하나에도 그는 직접 약을 발라주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지금, 내 손바닥이 상처투성이인데도 그는 다른 여자의 안위만 걱정하고 있었다. 메시지 알림 소리가 울렸다. 이시헌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유정이가 너 때문에 많이 놀랐어. 오늘 밤은 내가 너 대신 사과할게. 내일 생일 파티에서는 네가 직접 사과해.] 가슴이 미어지며 눈물이 차올랐지만 나는 ‘알겠어’ 라고만 답했다. 그는 몰랐다. 내일이 외할아버지가 나를 데리러 오는 날이라는 걸. 임유정의 생일 파티에도, 그들 곁에도 나는 다시는 가지 않을 거라는 걸. 예상대로 이시헌과 이시우는 그날 밤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아침이 되자 집사는 임유정의 생일 파티에 참석해야 한다며 상기시켜 주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서랍에서 가짜 혼인신고서와 임신확인서를 꺼내 침대 옆 협탁 위에 올려두었다. 그러고는 신분증만 챙긴 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을 나섰다. 외할아버지의 사람들과 만나는 순간, 마침 이시헌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받지 않으려 했으나 실수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다희야, 어디야? 오늘 유정이 생일이잖아. 동생이면 꼭 와야지.” 휴대폰 너머로 짜증 섞인 이시헌의 목소리와 임유정의 다급한 음성이 어렴풋이 들려왔다. 그들이 이러는 건 내가 먼저 물러나지 않는 한 아버지가 임유정을 후계자로 공식 발표하지 않기 때문이지 정말 내가 보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그래서 담담하게 말했다. “난 다시는 돌아가지 않을 거야. 이시헌, 이시우. 이제 연기 안 해도 돼. 그리고 처음부터 가짜 결혼이었으니까 복잡하게 이혼할 일도 없어서 다행이야. 마지막으로 이시우한테 전해줘. 침실 협탁 위에 이미 사라진 선물이 하나 있다고.” “뭐라고?! 다희야! 그게 무슨 말이야?! 그거 오해야!” 전화 너머로 이시헌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나는 그대로 전화를 끊었다. 그가 집요하게 전화를 걸어왔지만 나는 받지도, 끊지도 않은 채 배터리가 100에서 1이 될 때까지 옆에 두었다. “아가씨, 이제 떠나야 하지 않겠습니까?” 부하의 낮은 물음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조금만 더 기다리고요.” 대기실에 앉아 있다가 멀리서 익숙한 두 사람이 달려오는 모습이 보이자 그제야 일어섰다. 그러고는 손에 쥐고 있던 휴대폰을 힘껏 던졌다. “이제 우리는 끝이야.” 그 말을 남기고 돌아서서 비행기에 올랐다. 뒤에서는 두 남자의 처절한 외침만이 들려왔다. “다희야, 가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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