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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그러자 이시헌은 잠깐 기뻐하는 기색을 내비치더니 일부러 도우미들을 불러 나를 잘 보살피라고 신신당부했다. 마치 처음 나에게 대시하던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이시헌은 무척이나 다정했으며 식사할 때조차 직접 밥을 먹여주었다. 밤이 되자 예전에는 집요하게 몸을 파고들던 이시우가 웬일로 조용히 나를 안았다. 다만 그는 자꾸만 평평해진 내 배를 멍하니 바라보곤 했다. 상대해 줄 기분이 아니어서 나는 몸을 돌려 눈을 감았다. 그런데 잠결에 누군가가 내 배를 쓰다듬는 감촉이 느껴졌고 이내 이시우의 망설임 가득한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여기... 정말 내 아이가 있었던 걸까?” 순간 잠이 확 달아난 나는 당장이라도 임신확인서를 그의 얼굴에 들이밀고 싶었다. 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그가 느끼는 죄책감을 더 중요한 일에 써야 했으니 말이다. 이씨 가문 형제의 태도가 달라진 것이 위협으로 느껴졌는지 임유정은 생일 전날, 병문안을 핑계로 USB 하나를 들고 나를 찾아왔다. “임다희, 너 아직 모르지? 그동안 시헌 오빠는 네 털끝 하나 만지지 않았어.” 득의양양한 얼굴로 그녀는 USB를 컴퓨터에 꽂았다. 그러자 화면 가득 두 나체가 뒤엉킨 장면이 펼쳐졌다. 영상 속에서 임유정은 어떤 남자의 거친 사랑을 받고 있었다. 남자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 목소리는 분명 이시헌의 것이었다. “유정아, 내 아내는 너 하나뿐이야. 임다희랑은 살짝 닿기만 해도 더러워. 네가 로즈파를 완전히 장악하면 임다희는 바로 내칠 거야. 그리고 우리가 결혼한 사실도 공개할 거고.” 남자의 거친 숨과 여자의 웃음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나는 속이 뒤집히는 듯 무척이나 메스꺼워졌다. 이미 이시헌을 사랑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는데도 심장은 제멋대로 아파왔다. 컴퓨터를 끄려 손을 뻗자 임유정이 내 손목을 붙잡고 악의 어린 목소리로 귓가에 속삭였다. “그거 알아? 내일이 바로 우리가 결혼한 사실이 공개되는 날이야. 넌 그저 밖에 내놓을 수 없는 상간녀가 되는 거지. 예전에 네 엄마도 돈 믿고 아빠랑 결혼해서 나랑 엄마를 밖으로 내몰았잖아. 이제 그 기분을 네가 느껴볼 차례야.” 영상 속 신음 소리는 계속 흘러나왔다. 더는 듣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옆에 있던 의자를 집어 들어 그대로 컴퓨터를 내리쳤다. “아악!” 임유정의 비명 소리에 이씨 가문 형제가 함께 밖에서 뛰어 들어왔다. 방 안은 아수라장이었다. 임유정은 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린 채 마치 내가 괴롭히기라도 한 듯 겁먹은 모습이었다. “유정아!” 이시헌이 달려와 나를 거칠게 밀쳤다. 그 바람에 나는 피할 새도 없이 넘어지며 깨진 파편에 손바닥을 찔렸고 상처 사이로 피가 새어 나왔다. 손바닥에서 시작된 통증이 심장까지 번졌지만 그걸 알아주는 사람은 없었다. 모두 임유정 곁으로만 몰려 있었다. 다른 여자를 걱정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 나는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이시헌이 갑자기 나를 거칠게 끌어올리는 것이었다. “다희야, 유정이는 너 걱정돼서 온 건데... 왜 또 괴롭히는 거야?” 나는 고개를 들어 이시헌의 어두운 얼굴과 임유정의 득의양양한 눈빛을 마주했다. 참으로 우스웠다. “내가 괴롭혔다고?” 나는 입꼬리를 씩 올리며 임유정에게 성큼 다가가 그대로 뺨을 후려쳤다. “잘 봐, 시헌 씨. 이게 바로 괴롭히는 거야.” ‘찰싹’하는 소리가 울리는 순간, 이시헌과 이시우 모두 얼어붙었다. 늘 온순하던 내가 이런 짓을 할 거라곤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힘을 실어 때린 탓에 임유정의 입가에 피가 맺혔다. 그녀는 얼굴을 감싸 쥔 채, 나를 노려보는 눈에 독기를 숨기지 못했으나 그럼에도 곧 다시 불쌍한 얼굴을 만들어냈다. “시헌 오빠, 다희한테 화내지 마. 기분이 안 좋아서 그런 걸 거야. 언니니까 이 정도쯤은 참을 수 있어.” 정신을 차린 이시헌이 나를 보며 불쾌와 혐오가 뒤섞인 시선을 보냈다. “임다희, 왜 넌 항상 유정이를 경계해? 유정이는 너 같은 사생아 여동생에게도 충분히 체면을 세워줬어!” 그때, 이시우의 가벼운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그러나 그 안에는 분명한 분노가 깔려 있었다. “이씨 가문이 너무 감싸준 탓이겠지. 사람 괴롭히는 게 그렇게 좋다면 이번에는 네가 당해보는 건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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