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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기분이 꽤 좋아 보이네.” 차 안에서 신정훈이 백미러 너머로 나를 바라보며 웃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아직도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는 임유정을 보며 기분 좋게 입을 열었다. “네. 나를 그렇게 싫어하면서도 감히 건드리지는 못하는 모습을 보는 건 꽤 즐거운 일이잖아요. 안 그래요?” “물론이지.” 신정훈은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 그 말에 기분이 더 좋아졌지만 나는 일부러 그를 떠보듯 물었다. “난 정훈 씨가 날 좀 잔인하다고 생각할 줄 알았어요.” “그럴 리가.” 신정훈의 목소리에는 조급한 기색마저 묻어났다. “다희야, 너는 심씨 가문의 보물이야. 그리고 내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기도 하고. 나는 네가 뭘 하든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해. 오히려 내가 너한테 충분히 잘해 주지 못할까 봐 그게 걱정이야. 너는 원래 아무 걱정 없이 살아야 하는 사람이거든.” 그러다 문득 그가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네가 이시헌이랑 함께 있던 그 시간 동안... 내가 얼마나 너를 데려오고 싶었는지, 넌 모를 거야. 내가 전화도 엄청 많이 했잖아. 네가 한마디만 했으면 바로 널 데리고 나왔을 텐데... 설령 외삼촌이라는 신분으로 네 곁에 있어야 했더라도. 그런데 너는 매번 그를 선택했지.” 그제야 기억이 났다. 이시헌과 막 사귀기 시작했을 무렵, 신정훈은 거의 매주 나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전화를 걸어와서는 외할아버지의 상태, 심씨 가문의 상황을 전해주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뒤에야 조심스럽게 물었다. 잘 지내고 있느냐고, 행복하냐고. 하지만 그때의 나는 이씨 가문 형제들이 만들어낸 달콤한 환상 속에 빠져 있었기에 매번 아무 의심 없이 ‘행복하다’고 대답했었다. 효율을 중시하는 신정훈이 그런 식으로 나를 걱정하고 있었다는 걸, 왜 나는 그때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가슴 한켠이 갑자기 쿡 하고 아파왔다. 내가 다른 남자 때문에 아파하고 있을 때, 뒤에서 묵묵히 나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에 말이다. “미안해요.” 내 목소리가 어느새 잠겨 있었다. 곧 코끝이 시큰해지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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