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20화 대혼
“키스했어. 봐봐, 또 키스했어.”
“내가 뭐랬어. 저 조 씨가 평소에는 답답하고 진지한 사람처럼 보여도 사실 누구보다 여자를 홀리는데 일가견이 있다니까.”
멀지 않은 곳에서 하천 등 몇 사람들이 몰래 나무 뒤에 숨어 있었다. 백우상과 조경운이 키스하는 것을 본 그들은 모두 흥분하여 한바탕 비명을 질렀다.
그들의 인기척은 백우상과 조경운의 주의를 끌었다. 둘 만의 세상에 잠겨있던 두 사람은 저쪽의 소리를 듣고 자신도 모르게 거리를 뒀다.
“젠장.”
분노한 백우상은 싸늘한 얼굴로 갑자기 몸에서 총 한 자루를 꺼내더니 하천 쪽을 향해 연달아 몇 발을 쏘았다.
총알이 날아오자 소란을 피우던 하천 일행은 모두 식은땀을 흘리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이봐, 백우상 이 여편네야, 너무한 거 아니야? 총구를 자기 사람에게 겨누는 법이 어디 있어!”
하지만 백우상은 대답하지 않고 저쪽을 행해 총을 연이어 쏘았고 분노한 그녀는 하마터면 수뢰탄까지 던질 뻔했다.
그러나 이미 범속 초월의 경지에 도달한 하천 무리에게는 절대다수의 무기들은 큰 위협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백우상은 이 점을 알고 있기에 감히 이렇게 거리낌 없이 그들에게 총을 쏜 것이었다.
하천과 그들은 감히 이곳에 계속 머물지 못하고 얼른 도망쳤다.
해변가에서 백우상과 조경운은 다시 껴안고 사랑에 빠졌다.
이렇게 백우상과 조경운 커플의 혼사도 정해진 셈이었다. 임수연과 민소무도 일치감치 서로 사랑에 빠졌고 그들의 혼사를 잘 치러주는 것만이 하천이 맏형으로서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앞으로의 며칠 동안 천왕궁 전체는 두 쌍의 커플 결혼식을 위해 준비하고 있었는데 온 천왕궁이 떠들썩했다.
이와 동시에 천왕궁의 천왕 및 대장이 결혼을 한다는 소식에 세계 각 지에 분포되어 있던 천왕궁의 고위층 간부들은 분분히 천왕도로 돌아왔다. 또한 최근 몇 년 간 천왕궁과 국제적으로 좋은 파트너십을 이어오던 사람들도 천왕도 쪽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청주에서 경호원으로 남아있던 양금갑도 주가을과 함께 천왕도에 왔다.
이것은 아마 천왕궁이 다크 토템을 멸망시키고 세계 제1의 조직으로 된 후 열리는 가장 성대한 연회이며, 동시에 천왕궁이 정식으로 해외에서 물러남을 고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이날 오전, 거대한 천왕도는 화려한 불빛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결혼식이 열린 곳은 천왕도 북쪽의 천연 잔디밭이었다. 이때 양복을 입은 조경운과 민소무는 건너편 웨딩드레스를 입은 백우상과 민소무를 바라보고 있었다.
평소에는 난폭하기 그지없던 천왕도의 이 두 여장부가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습은 매우 매력적이었다.
사방에서는 아늑한 연주가 울려 퍼졌고 공중에서는 헬리콥터가 무수한 장미꽃잎들을 뿌리고 있었다.
하천은 민소무와 조경운에게 말했다.
“소무, 조 씨, 당신들의 아름다운 신부가 바로 앞에 있으니 얼른 가 봐.”
그러자 조경운은 휠체어를 밀며 민소무와 함께 맞은편 백우상과 임수연을 향해 걸어갔다.
만인의 축복을 받으며 조경운과 민소무는 각각 백우상과 임수연에게 다이아몬드 반지를 끼워주었고 모두 성공적으로 결혼식을 마쳤다.
결혼식이 만인의 축복 속에서 순리롭게 끝난 뒤, 하천과 그들의 술판이 벌어졌다.
요 몇 년 동안 형제들은 모두 각자 바빴고 이미 오랫동안 오늘처럼 즐거웠던 적이 없었다. 오늘 모두는 곤드레만드레 취했고 모든 사람들은 울고 웃으며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이날 밤, 모든 사람들은 웃음이 어린 얼굴로 편안히 잠에 들었다.
사람이 한평생 가장 큰 부귀양화는 단지 어려울 때 옆에 있어주고 함께 취해줄 친구가 있다는 것이었다.
조경운은 결혼한 지 3일 만에 하천, 주가을과 함께 H국으로 돌아왔다.
다음으로 하천은 3개월 내에 모든 것을 안배하여 천왕궁이 순조롭게 H국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했다.
H국으로 돌아간 후, 하천은 먼저 청주에 이틀 머무르면서 아내와 아이와 며칠 간의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하천은 진성으로 달려갔다.
진성은 육선문의 본거지가 있는 곳이었다. 진성의 사합원은 모든 것이 변하지 않았지만 이곳의 주인이 변해 있었다.
지난날, 강도원은 헌원 삼살을 홍월조직을 상대하는 진영에 가입시키기 위해 직접 이곳에 군왕 헌원 삼살을 찾아온 적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이념이 맞지 않아 큰 싸움으로 번졌다.
강도원은 홧김에 헌원 삼살이 가장 좋아하는 그 황새나무를 뽑아버렸는데, 사실 알고 보니 이 두 늙은이가 한바탕 연극을 벌였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러나 지금, 육선문의 새 보스는 자두를 무척 좋아했기에 원래 황새나무를 심었던 위치에 자두나무를 심었다.
그리고 이곳 사합원의 주인도 옛날의 군왕 헌원 삼살에서 지금의 용정광으로 바뀌었다.
이때 용정광은 이 묘목 앞에서 주전자를 들고 물을 주고 있었다.
정원의 대문으로 한 남자가 들어왔다.
“보스, 하천이 왔습니다.”
들어서자마자 남자가 말했다.
용정광은 손에 든 주전자를 내려놓고 이 남자를 향해 호통을 쳤다.
“하천의 이름이 네가 함부로 부를 수 있는 것이더냐? 예의를 갖추어라.”
남자는 다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용정광은 손짓을 하며 말했다.
“드디어 왔구나. 얼른 모셔오너라.”
“네.”
몇 분 후, 하천은 문 밖 멀리서부터 용정광의 모습이 보였다. 꿈에 그리던 육선문 보스의 자리에 앉은 용정광은 그다지 의기양양해 보이지는 않고 오히려 귀밑 머리가 희끗희끗해져 많이 늙어 보였다.
높은 자리에 오르면 보통 사람은 오만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용정광은 이 자리의 막중한 책임의 무게를 견디고 있었다. 매일마다 용정광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고 아마 다시 선택할 수만 있다면 용정광은 다시는 이 자리를 노리지 않았을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