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별장 밖, 날씨는 화창했다.
진시후는 거리를 거닐며 지나가는 차들과 행인들을 홀가분한 마음으로 바라보았다.
“진짜로 그 무자비하고 잔인한 수진계에서 돌아왔네. 여기로 돌아왔으니 우리 진씨 가문의 것들을 모조리 되찾아와야겠어. 그리고 우리 부모님이 어쩌다 돌아가셨는지도 전부 알아내고 말 거야!”
진시후는 피시방으로 가서 3년 전 진성 그룹에서 발생한 사건을 검색해 보았다.
3년 전, 진성 그룹 본사 빌딩에 갑자기 원인을 알 수 없는 큰 화재가 발생했고 그 화재로 인해 진시후의 부모님과 이사회의 핵심 임원 다섯 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 사건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것이 바로 엄태환이었다. 그날 엄태환은 외근을 나가서 겨우 화를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엄태환은 화재가 일어난 그날 교통사고를 당해 식물인간이 되어 지금까지도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그 기사를 본 진시후는 주먹을 힘껏 움켜쥐었다.
그의 예상대로 그것은 계획된 살인이었다.
화재가 일어난 뒤 진성 그룹은 다른 이들이 나누어 가졌고 그 뒤로 단주에서 진씨 가문은 사라지게 되었다.
진시후는 주먹을 움켜쥔 채 곧장 서문 병원으로 향했다.
서문 병원, 신경내과 VIP 병실 안.
한 중년 남성이 추레한 몰골로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남성은 몸이 삐쩍 말랐을 뿐만 아니라 코 위 삽관을 하고 있었고 옆에는 인공호흡기도 놓여 있었다.
스스로 음식물을 섭취할 수 없는 상태였기에 코 위 삽관을 통해 영양분을 섭취하며 목숨을 부지하고 있던 것이다.
“아저씨!”
진시후는 침대 옆에 무릎을 꿇었다.
한때 위풍당당했던 한 그룹의 이사가, 한때 진시후의 아버지와 함께 자수성가하여 성공한 엘리트가 지금은 병상에 누워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다.
진시후는 눈물을 흘리면서 손을 뻗어 엄태환의 머리를 지그시 눌렀다.
수진계에서 5년간 지내며 진시후는 수진계의 의술, 진법 등을 배웠다.
“아직 희망이 있어. 뇌신경이 위축되긴 했지만 완전히 가망이 없는 건 아니야. 혈전은 수술을 통해 제거됐으니 내가 아저씨의 뇌신경을 다시 활성화하기만 한다면 아저씨는 깨어나실 수 있을 거야!”
진시후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는 엄태환의 코 위 삽관을 뽑아낸 뒤 그를 부축하여 일으켜 앉혔다.
“당신은 누구죠? 지금 뭐 하는 짓이에요?”
마침 그곳을 지나치던 주영석이 그 광경을 보고 황급히 달려왔다.
주영석은 엄태환의 주치의였기에 엄태환이 죽는다면 큰일이었다.
주영석은 덜컥 겁이 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는 다급히 진시후의 옷을 잡고 말했다.
“이건 살인이에요! 코 위 삽관을 제거하면 10분도 안 돼서 환자는 숨을 쉬지 못해 사망할 거예요.”
진시후는 주영석을 가볍게 밀어내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전 환자의 보호자입니다. 제가 환자를 깨어나게 할 수 있어요.”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아요! 이 환자분은 교통사고를 당해서 뇌출혈이 왔어요. 비록 저희가 수술을 통해 혈전을 제거하긴 했지만 지금 뇌신경이 손상된 상태라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기적이에요. 정신을 차린다는 건 절대 불가능한 일이라고요!”
주영석이 인내심을 가지고 열심히 설명했지만 진시후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
“몇 분만 기다리세요.”
말을 마친 뒤 진시후는 손바닥으로 엄태환의 머리 쪽 백회혈을 힘껏 내리쳤고 곧이어 진시후 체내의 영력이 그의 손바닥에서부터 시작해 엄태환의 머릿속으로 스며들었다.
영력은 마치 가뭄 끝에 내린 봄비처럼 빠르게 엄태환의 뇌신경을 살려냈다.
3분 뒤.
“후... 후... 후...”
엄태환이 갑자기 크게 숨을 몰아쉬더니 눈을 번쩍 뜨며 멍한 표정으로 모든 것을 바라보았다.
“헉! 미, 미친!”
주영석은 소스라치게 놀라 저도 모르게 욕을 했고 그 소리를 들은 간호사와 다른 의사들이 그곳에 몰려들었다.
“주 선생님, 왜 그러세요? 어머! 꺅! 환, 환자분이 깨셨어요!”
“전에 절대 깨어날 수 없다고 하셨잖아요!”
“세상에, 이건 기적이에요!”
진시후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견식이 짧은 의료진들을 바라보다가 손을 저으며 말했다.
“여러분, 환자는 방금 깨어나서 안정을 취해야 합니다. 다들 방해하지 말고 이만 나가주세요.”
“어머, 그렇네요! 다들 진정하세요. 저도 좀 진정해야겠어요. 참, 그... 저 엄태환 씨 몸을 한 번 검사해 보고 싶은데 그래도 될까요? 걱정하지 마세요. 돈은 받지 않겠습니다. 세상에, 이건 기적이에요. 이 사례를 사용한다면 틀림없이 아주 높은 수준의 논문을 쓸 수 있을 거예요!”
주영석이 흥분한 얼굴로 사람들을 밖으로 쫓아냈다.
병실 안.
엄태환은 감격한 표정으로 진시후의 손을 잡았다.
“진시후 자네 다 나았군. 더 이상 바보가 아니야. 잘 됐어. 정말 잘 됐어. 하늘이 도왔네!”
진시후는 엄태환의 손을 토닥이면서 물었다.
“아저씨, 3년 전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왜 회사에 갑자기 화재가 일어난 거죠? 대체 누가 그런 거예요?”
엄태환은 곧바로 말했다.
“내 말 잘 들어. 지금 당장 자네 약혼녀 유채윤을 데리고 예신국을 떠나. 그리고 빨리 해외로 가서 유채윤과 아이를 낳아!”
진시후는 그 말을 듣고 어리둥절해졌다.
유채윤과 함께 해외로 가서 아이를 낳으라니. 유채윤은 그를 개처럼 부려 먹던 여자인데 어떻게 그녀와 아이를 낳는단 말인가?
진시후는 절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엄태환이 긴장한 얼굴로 말했다.
“당장 움직여. 늦으면 안 돼. 그렇지 않으면 변민형이 자네를 죽일지도 몰라.”
진시후는 곧바로 상황을 파악했다. 그는 엄태환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아저씨, 그러니까 이 모든 일의 원흉은 변민형 그 사람이란 말씀이죠? 변민형이 우리 부모님을 죽이고 회사에 불을 지른 거예요?”
엄태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초조하게 말했다.
“맞아. 변민형이 그랬어. 그 자식, 어디서 세력을 얻었는지 모르겠어. 변민형은 회사에 불을 질러서 자네 부모님과 회사 이사회 구성원들을 죽였을 뿐만 아니라 회사의 수많은 베테랑 직원들까지 죽였어. 내가 교통사고를 당하게 된 것도 변민형이 꾸민 짓이야.”
“변민형.”
진시후는 주먹을 꽉 움켜쥐며 살기를 내뿜었다.
“저희 아버지께서는 변민형의 목숨을 구해준 적이 있어요. 그리고 회사 임원으로 임명해서 연봉도 엄청 많이 줬었죠. 그런데 이렇게 배은망덕한 짓을 하다니, 지금 당장 변민형을 찾아가서 그를 죽여버려야겠어요.”
“충동적으로 굴지 않는 게 좋아. 일단 결혼해서 아이부터 낳아. 진씨 가문의 대를 이어야지. 그게 자네 부모님의 가장 큰 소원이었어.”
엄태환은 진시후가 무모하게 덤비다가 죽어버릴까 봐 걱정되었다.
이때 병실 문이 벌컥 열리더니 주영석이 부랴부랴 달려왔다.
“선생님, 진 선생님. 계세요?”
진시후를 본 주영석은 진시후의 목을 턱 잡으면서 말했다.
“선생님, 저랑 같이 환자 한 분을 보러 가주시겠어요? 제발 부탁드려요. 그 환자분 지금 목숨이 위태로우세요. 선생님이라면 살릴 수 있을지도 모르니 한 번 같이 가서 확인해 주시면 안 될까요?”
진시후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싫어요. 남을 치료하려면 제 기운을 소모해야 하거든요. 제게는 낯선 이를 위해 저를 희생해야 할 의무가 없어요.”
주영석이 황급히 말했다.
“양준성 씨는 저희 단주시에서 유명한 기업가이자 자선가예요. 만약 선생님께서 양준성 씨를 구해준다면 후한 보답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
진시후가 거절하려는데 옆에 있던 엄태환이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
“양준성 씨는 줄곧 건강하지 않으셨나요? 게다가 그분은 아주 뛰어난 무인이신데 갑자기 목숨이 위태롭다니요?”
엄태환은 진시후를 바라보며 말했다.
“자네가 한 번 가서 봐주는 게 좋겠어. 양준성 어르신은 자네 아버지와 아주 절친한 사이였거든. 예전에 우리 회사는 양씨 가문과 거래를 꽤 많이 했었어. 그리고 양준성 씨는 좋은 분이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