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화
“양나민?”
“진시후?”
진시후와 양나민은 깜짝 놀랐다.
병상 위 양준성은 손녀가 진시후와 아는 사이인 것 같자 매우 기뻤다.
양준성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잘됐네. 진 선생, 우리 손녀랑 아는 사이였어? 나민아, 어서 진 선생한테 감사 인사를 하도록 해. 진 선생이 아니었다면 난 오늘 죽었을 거야.”
“감사 인사를 하라고요? 진시후가... 병을 치료할 줄도 아는 거예요?”
양나민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진시후를 본 양나민은 부끄럽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해서 속이 꽉 막힌 듯 답답했다.
진시후가 조금 전 양나민의 순결을 앗아갔기 때문이다.
그 일을 떠올린 양나민은 화 때문에 얼굴이 빨개진 채 양준성의 앞으로 걸어가서 말했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혹시 속으신 거 아니에요? 진시후가 명의라니, 말도 안 돼요. 진시후는 개인데... 흥!”
양준성은 곧바로 노여워하면서 호통을 쳤다.
“양나민! 내 목숨을 구해준 은인에게 말버릇이 그게 뭐야? 잘 들어. 지금부터 진 선생은 너와 나의 은인이자 우리 양씨 가문의 은인이야. 진 선생이 시키는 일은 뭐든 해. 알겠어? 일단은 진 선생이랑 같이 밥을 먹어. 그리고 꼭 진 선생의 은혜에 보답해. 알겠어?”
“할아버지! 전 저 사람이랑 같이 밥 먹기 싫어요!”
양나민은 내키지 않았다.
양준성은 양나민을 향해 눈을 부릅떴다.
“날 화병으로 죽일 셈이야? 양나민, 명심해. 지금부터 너는 진 선생의 옆에서 한시도 떨어지지 말고 살뜰히 진 선생을 보살펴. 그렇지 않으면 나랑 인연을 끊을 줄 알아!”
주위 사람들은 양준성의 말을 듣고 그의 의도를 간파했다.
양준성은 진시후에게 보답하고 싶은 게 아니라 손녀가 진시후의 마음을 사로잡기를 바라는 것이었다.
진시후는 어이가 없었다.
그는 차마 거절할 수가 없어서 그곳을 떠났고 양나민은 어쩔 수 없이 볼을 잔뜩 부풀린 채 진시후의 뒤를 따랐다.
병상 위, 양준성은 진시후와 손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능글맞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나민아, 이 기회를 잘 잡도록 해. 진시후는... 아마도 소문으로만 듣던 연기사일지도 모르니 말이야.”
...
진시후는 먼저 엄태환의 병실로 돌아갔다.
엄태환은 3년 동안 식물인간 상태였지만 여전히 재산과 인맥을 보유하고 있었다.
“아저씨, 저를 도와 변민형의 행적을 알아봐 주시겠어요?”
진시후의 말에 엄태환은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그래. 그럴게. 하지만 절대 경거망동해서는 안 돼!”
진시후는 고개를 끄덕인 뒤 양나민과 함께 병원을 떠났다.
병원 입구에 도착한 뒤 양나민은 차가운 얼굴로 냉정하게 말했다.
“진시후, 너 5년 동안 바보인 척해놓고 왜 오늘 갑자기 실력을 드러낸 거야? 네 속셈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양씨 가문은 너와 아무 원한이 없어. 그러니까 우리 양씨 가문을 넘볼 생각은 하지 마. 그리고 나도 넘보지 마! 네가 내 첫 남자라고 해도 난 너와 연애하거나 결혼할 생각은 전혀 없으니까!”
진시후는 크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잘됐네. 나는 네가 나한테 매달릴까 봐 걱정됐거든. 너처럼 못돼먹은 여자가 내 앞에서 벌거벗고 있다고 해도 난 눈길 한 번 주지 않을 거야.”
“꺅! 이 변태! 여기... 2억 들어있으니까 돈 받고 꺼져!”
양나민이 카드 한 장을 꺼내서 건넸다.
진시후는 카드를 자신의 주머니 안에 넣은 뒤 웃으며 말했다.
“좋아.”
양나민은 화가 나서 이를 악물더니 몸을 돌리며 말했다.
“그럼 이만 가볼게!”
“그래. 다시는 보지 말자.”
진시후는 손을 흔들었다.
그는 이내 옷과 휴대전화를 사러 갔다.
두 시간 뒤, 진시후는 레스토랑 안에서 만족스러운 얼굴로 입가를 닦았다.
“유채윤은 내 아내라는 신분을 이용해 진씨 가문의 재산 중 반을 가로채서 부자가 되어 호의호식하고 있지. 그래 놓고 그동안 날 개처럼 부려 먹으면서 나한테는 먹다 남은 음식만 줬어. 흥, 일단 부모님의 원수를 갚은 뒤 유채윤에게 복수해야겠어!”
이때 진시후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엄태환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
엄태환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아까 변민형의 소식을 알아봤는데 지난 3년 동안 변민형은 아주 잘 먹고 잘살았고 지금은 강성에서 아주 유명한 투자자가 되었대. 지금 변민형 세력이 강성 전역에 뻗어 있어 우리로선 감히 건드릴 수가 없어.”
진시후는 그 말을 듣자 분노가 치밀어올라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저씨, 걱정하지 마세요. 그 자식이 대체 무슨 짓을 해서 그 자리까지 올라갔는지 궁금하네요. 지금 변민형은 어디 있죠?”
엄태환이 말했다.
“변민형은 지금 해외에 있어. 아마 소라섬에 있을 거야. 대신 변민형의 아들 변은규가 지금 우리 단주에 있어. 걔는 휘그 바를 제집처럼 드나든대. 아마 지금도 휘그 바에 있을 거야.”
“알겠어요. 아저씨, 꼭 조심하셔야 해요. 만약 변민형이 아저씨가 깨어났다는 걸 알게 된다면 아저씨를 또 죽이려고 할지도 몰라요.”
진시후는 전화를 끊은 뒤 자리에서 일어나 곧장 휘그 바로 향했다.
그는 변민형에게 대체 무엇 때문에 사람들을 그렇게 많이 죽였는지, 대체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물을 생각이었다.
휘그 바.
오후 다섯 시가 조금 지난 시각, 바 안은 시끌벅적했다.
진시후는 바 입구에 서서 안에서 들려오는 음악 소리를 들으며 서늘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가 안으로 들어가려는 순간이었다.
“진시후? 너... 이 개 같은 놈. 내 뒤를 밟은 거야?”
한 여자의 목소리가 왼쪽에서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