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5화

진시후는 차를 별장 앞에 세워두었다. 익숙한 별장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점점 더 차가워졌다. 이곳에는 너무나도 불쾌한 기억들이 많았다. 특히 유채윤이 자신에게 안긴 수치심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았다. 진시후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유채윤은 뭔가 정성을 다해 준비한 듯했다. 현관에는 바로 예전에 진시후의 목에 걸어두었던 쇠사슬이 걸려 있었다. 진시후는 멈칫도 잠시 입가에 서늘한 미소를 짓더니 성큼성큼 거실로 들어갔다. 너무나도 익숙한 곳이었다. 진시후는 곧장 그들 옆으로 다가갔다. “진시후.” 양나민은 조금 이상한 표정으로 진시후를 바라보았고, 진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유채윤을 바라보았다 유채윤은 그와 눈이 마주치긴 했지만 곧 고개 들어 임유나와 그 옆에 있는 요염한 여자를 바라보았다. “어머.” 임유나는 갑자기 창백한 얼굴로 비명을 질렀다. 한동안 침묵을 지키던 요염한 여자는 손을 들더니 진시후에게 삿대질하면서 명령하듯이 말했다. “날 봐.” 진시후가 고개 돌려 바라보자 요염한 여자는 펜던트 하나를 살랑살랑 흔들기 시작했다. “최면?” 진시후가 비웃자 요염한 여자는 멈칫하고 말았다. “이걸 쳐다보고 있어.” 명령조가 섞인 말투로 말하는 것을 보면 평범한 사람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펜던트가 계속 흔들리는 가운데, 그녀의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했다. “전에 쓰던 물건들을 가져와.” 임유나도 옆에서 미친 듯이 경련을 일으키더니 중얼거리기까지 했다. 이 순간 양나민만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평소에 임유나 등 사람들과 카드놀이를 자주 했지만 이렇게 행동하는 건 한 번도 본 적 없었다. 그러다 유채윤이 채찍을 꺼내서야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 “채윤아, 지금 뭐 하는 거야. 시후도 간신히 회복했잖아.” “됐어. 그만해.” 유채윤은 갑자기 폭발하더니 양나민을 한쪽으로 끌고 가서 말했다. “내가 뭘 하려 하는지 알잖아. 우리가 수년간 쌓아온 우정을 이대로 망칠 수 없어.” 양나민은 약간 초조한 얼굴로 진시후를 바라보았다. “아, 안 돼. 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