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더 많은 컨텐츠를 읽으려면 웹픽 앱을 여세요.

제22화

서고은이 순응하는 법을 배운 건 감금된 지 스물일곱 번째 되던 날이었다. 그녀는 더 이상 반항하지 않았고 더 이상 굶지 않았으며 가끔은 이시현을 향해 미소를 짓기까지 했다. 처음에 이시현은 경계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는 그녀가 체념한 것으로 믿었다. “오늘은 뭐 먹고 싶어?” 아침이 되자 이시현은 넥타이를 매며 침대 옆에 서서 물었다. 서고은은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 어깨에 흘러내린 긴 머리를 그대로 둔 채 담담히 말했다. “네가 해주는 거.” 이시현의 손짓이 잠시 멈췄다. 그의 눈동자에 스쳐 가듯 놀람이 지나갔고 곧 웃음을 띠었다. “그래.” 그는 몸을 돌려 부엌으로 향했다. 그의 뒷모습이 오랜만에 조금 느긋해 보였다. 문 너머로 이시현의 발소리가 사라지자 서고은은 즉시 이불을 걷어 올렸다. 침대 매트리스 아래에서 초소형 노트북 하나를 꺼냈다. 일주일 전, 그녀가 이시현의 서재에서 몰래 훔친 물건이었다. 서고은은 재빠르게 코드를 입력했다. 손가락이 키보드 위를 미친 듯이 날아다녔다. 섬의 보안 시스템이 조용히, 완벽하게 뚫리며 암호화된 구조 신호 하나가 어둠 속으로 흘러 나갔다. 사흘 뒤, 깊은 밤. 서고은은 절벽 끝에 서 있었다. 해풍이 울부짖듯 불어와 그녀의 치맛자락을 세차게 휘날렸다. 뒤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왔고 심준서가 사람들을 이끌고 달려왔다. “누나!” 창백한 얼굴로 심준서가 달려와 외쳤다. “같이 가자!” 서고은은 뒤쫓아오는 경호원들을 한 번 보고 문득 미소를 지었다. “준서야.” 그녀가 조용히 물었다. “너 높은 데 무서워해?” 심준서가 반응할 틈도 없이 서고은은 그의 손을 잡아 절벽 아래로 뛰어내렸다. 아래에는 거센 파도가 일렁이고 있었지만, 절벽 벽면에는 그녀가 미리 확인해 둔 발 디딤 자리가 있었다. 경호원들은 감히 따라 내려가지 못하고 그저 두 사람이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걸 눈 뜨고 볼 수밖에 없었다. 파도가 암초를 세차게 때렸다. 온몸이 젖은 채 서고은과 심준서는 가까스로 바위 위로 기어 올라왔다. “빨리!” 심준서가 그녀의 손을
이전 챕터22/22
다음 챕터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 Webfic, 판권 소유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