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화
어느 날, 최신형 보청기가 강재민의 사무실로 배송되었다.
그는 망설임 없이 최고를 주문했다.
신지은이 그걸 착용하고 다시 세상의 소리를 조금이라도 붙잡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헛된 기대를 품으면서 말이다.
하지만 지금 그 보청기는 검은 벨벳 안감의 상자 속에서 마치 조롱하듯 조용히 놓여 있었다.
이윽고 문이 열리며 안이서가 들어왔다.
책상 위의 상자를 한눈에 알아본 그녀는 굳은 얼굴로 다가와 뚜껑을 열며 물었다.
“와, 진짜 주문했어? 신지은 씨 도망갔잖아. 넌 왜 이걸 왜 아직도 가지고 있는 거야?”
강재민은 대답 대신 그녀의 손에서 상자를 가져와 뚜껑을 닫았다.
그의 조심스러운 태도에 안이서는 짜증이 폭발했다.
“강재민,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설마 아직도 청각장애인 못 잊은 거야?”
강재민은 그 말에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지은이를 그런 식으로 부르지 마.”
“왜 못 불러? 청각장애인, 짐 덩어리! 신지은 씨는 네 인생의 발목만 잡던 쓸모없는 존재였어. 지난 반년 동안 네가 어떻게 버텼는지 잊었어? 장애인 간호하느라 모든 걸 다 쏟았잖아. 이제야 정신 차리고 알아서 꺼졌는데 아직도 이런 쓰레기를 보물처럼 끌어안고 있는 게 말이 돼? 내가 버려 줄게!”
그녀는 상자를 움켜쥐고 쓰레기통 쪽으로 걸어가 바로 던지려 했다.
“야! 안이서!”
강재민이 벌떡 일어나 그녀의 손목을 강하게 붙잡았고 이내 안이서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사무실 안 공기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강재민은 분노와 질투로 일그러진 안이서의 얼굴을 보며 설명하기 힘든 피로감과 낯선 느낌이 들었다.
그는 천천히 손을 놓고 상자를 되찾아 손끝으로 매끈한 표면을 문질렀다.
“그냥 기념으로 남겨 두자.”
강재민의 목소리는 낮고 탁했다.
“그 시간도... 내 인생의 한 부분이었으니까.”
안이서의 질문에 대답을 하는 것 같지만 사실 스스로에게 말하고 있었다.
“기념? 반년 동안 바보처럼 남 인생 떠받든 걸 기념해? 정신 차려, 강재민. 지금 네 옆에 있는 건 나야. 약혼식도 다음 달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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