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화
찬사가 쏟아지는 가운데서도 신지은은 스스로에게 보이지 않는 벽 하나가 생겼다는 걸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투어 레퍼토리 중에는 그녀가 과거 가장 자신 있어 하던 곡, <산과 바다의 노래>가 있었다.
그건 맑고 투명한 정서를 담은 곡이다.
예전 신지은이 이 곡을 연주할 때 손끝에서 흘러나오던 것은 자연에 대한 동경과 순수한 감정에 대한 믿음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 감정 속으로 들어가려 할 때면 가슴 한가운데에 무언가 묵직한 것이 눌러앉는 느낌이 들었다.
손짓은 여전히 바람처럼 빠르고 모든 선을 다루는 건 누구보다 세심했다.
기교만 놓고 보면 흠잡을 데가 없었지만 국악에 조예가 깊은 몇몇 원로 평론가들은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얼마 후, 한 평론가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신지은 씨의 기교는 정말 완숙했어요. 그런데 <산과 바다의 노래>라는 곡에서 어쩐지 금과 철이 부딪히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까?”
그러자 다른 이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힘의 문제가 아니라 연주자의 기운이 달라졌을 때 생기는 현상이에요. 모든 음을 완벽하게 만들려는 의지가 오히려 자연스럽게 흘러야 할 여백을 막고 있어요.”
이런 말들은 조금씩, 그러나 분명히 신지은의 귀에도 들어왔다.
동남아의 한 도시에서 연주를 마친 뒤, 현지 교민 사회에서 존경받는 원로 음악가 한 명이 조수희와의 인연으로 특별히 백스테이지를 찾아왔다.
그는 백발이 성성했지만 눈빛은 맑고 또렷했고 말투에는 신사다운 품격이 배어 있었다.
“지은 씨, 참으로 좋은 연주였습니다. 저는 평생 음악을 들어왔지만 당신 또래에서 이 정도의 기본기와 폭발력을 가진 연주자는 쉽게 보지 못했어요.”
신지은은 고개를 숙여 감사 인사를 했다.
그러자 노인은 잠시 말을 고르더니 조용히 화제를 바꿨다.
“다만, 혹시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은 없나요? 손끝에서 이 음이 맞는가에 너무 집중하다 보면 정작 마음속에서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를 잊게 되는 순간 말입니다.”
신지은은 그 말에 계시를 받은 듯 멍해졌고 이내 고개를 들어 노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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