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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강재민은 끝없는 불면에 시달렸고 가끔 잠에 들더라도 악몽은 늘 반복됐다. 꿈은 전처럼 신지은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자기연민 섞인 흐릿한 장면이 아니라 숨이 막힐 만큼 선명한 기억의 파편들이었다. 그는 청력을 잃은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신지은에 대한 꿈을 꾸었다. 임대 아파트 창가에 앉아 있던 모습, 햇빛이 스며들어 창백한 얼굴이 거의 투명해 보일 정도였다. 강재민은 그녀 앞에 쪼그려 앉아 손가락을 조심스럽게 잡아 거문고의 현 위에 올려주었다. 그리고 서툴지만 옆에서 본 대로 연주를 했고 그 진동이 신지은의 손끝으로 전해졌다. 그녀는 고개를 숙여 자기 손가락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다봤다. 텅 비고 방향을 잃은 공허한 눈동자 속에서 아주 잠깐, 정말 찰나처럼 희미한 빛이 스쳤다. 익사 직전의 사람이 부유물 하나를 붙잡았을 때 느끼는 본능적인 희망, 그리고 전적인 의존. 꿈속에서 강재민은 그때의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를 또렷하게 들었다. ‘그래. 적어도 아직은 내가 이끌어주는 대로 따라오네. 이러면 더는 엉뚱한 짓은 안 하겠지.’ 이내 장면은 갑자기 부서지듯 바뀌었다. 비싼 거문고가 산산이 부서져 바닥에 흩어져 있던 날, 강재민은 바닥에 쪼그려 앉아 부러진 악기 목재와 현들을 능숙하게 치우고 있었다. 그때,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단 하나였다. ‘또 돈 쓰게 생겼네. 귀찮게.’ 아마 그날 그는 커다란 상판 조각 하나를 들어 올리다 제일 안쪽에 작게 새겨진 글씨를 보았다. [신지은에게 거문고의 소리가 늘 함께하길. 스승, 이문석.] 이문석, 신지은의 스승이자 국내에서 손꼽히는 거문고 대가지만 이미 오래전에 세상을 떠난 인물이었다. 이 거문고는 신지은이 대학에 합격했을 때, 이문석이 직접 건네준 것이었고 그녀가 생명처럼 아끼던 보물이었다. 신지은은 이 문장을 수없이 쓰다듬으며 강재민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선생님은 거문고 소리가 평생 나랑 함께하길 바라셨대.” 꿈속에서 강재민의 손가락은 새겨진 글씨를 따라 움직였다. 하지만 날카로운 목재에 손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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