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89장
여택이나 육경배와 단 둘이 얘기할 땐 이렇게까지 배척하는 느낌을 받지 못했었다.
“왜요? 두 사람 오랜 친구 아니에요? 그걸 봐서라도 내가 체면은 줘야 될 텐데요?”
정 비서가 약간은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두 분 친구는 맞으시지만 둘도 없는 가까운 사이는 아니십니다. 지훈 도련님은 준영 도련님과 가깝고 택이 도련님과 경배 도련님이 저희 도련님과 가까우시죠. 그 두 분은 절대 도련님께도, 사모님께도 선 넘거나 해가 되는 일을 하지 않을 겁니다. 허나 지훈 도련님은 워낙에도 저희 도련님과 업계 라이벌 관계이시니 단순한 마음을 품고 계실 리가 없죠.”
고연화가 피식 웃어보였다.
“그렇군요! 남자들도 이렇게 편 가르기를 하는 구나! 걱정은 마요, 난 관심도 없고 탁지훈이 선 넘을 기회조차 안 줄거니까요.”
확신에 찬 고연화의 말에 정 비서가 그제야 조금은 안도하며 말했다.
“네, 그럼 잘 된거죠. 아 참 사모님, 도련님이 연락하라 하시던데요.”
고연화의 눈가가 살짝 떨렸다.
“네, 이따가 할 거니까 이젠 쉬어요. 내가 알아서 문 잠글 거니까 밤새 지키지도 말고!”
“네 사모님!”
정 비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밤새 지키고 있었다가 힘 다 빠지면 정작 사모님이 필요로 하실 때 도움을 못 드리니 말이다.
이젠 배불리 드셨으니 더는 이 집 사람들이 주는 음식도 입에 대지 않으실 거고 안사모님도 대놓고 사모님을 해코지 하진 못할 거다.
정 비서가 문 앞을 떠난 뒤, 탁지훈도 더는 고연화에게 다가와 귀찮게 굴지 않았다.
그는 방에 들어간 뒤로 단 한번도 나오지 않는 상태다.
샤워를 마친 고연화는 수건으로 머리를 탈탈 털며 잠시 망설이더니 그제야 남자에게 연락을 걸었다.
“여보세요?”
한참 뒤에야 그토록 듣고 싶어했던 남자의 중저음 목소리가 약간의 피곤함을 섞고 들려왔다.
금방 잠에서 깬 모양이다.
“정 비서가 아저씨한테 연락하라 던데요.”
허태윤이 못마땅한 듯 툴툴댔다.
“그렇다고 이제야 해? 먼저 연락 한번 안 해주고?”
무슨 낯짝으로 그런 말을 하냐고 되묻고 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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