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99장
허태윤이 입꼬리를 슬쩍 들어올렸다.
“정 비서 말로는 네가 우리 와이프 꽤나 챙겨줬다던데 내가 고맙다는 의미로 뭐라도 대접해야 되나?”
순식간에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정면 돌파는 싫은 모양이었던 탁지훈이 다시 싱긋 웃어보였다.
“친구인데 그 정도야 당연한 거지. 우리 사이에 예의 차리긴 무슨. 그래, 돌아왔으니까 이젠 두 사람 방해 안 할게! 난 혼자 가서 밥이나 먹어야겠다!”
그렇게 탁지훈은 피식 웃으며 손을 저어 보이고는 자리를 떴다.
아무도 보진 못했다.
방 문을 나서는 순간, 빛을 잃은 밤하늘 마냥 공허해진 그의 두 눈을.
그래도 눈치 있게 탁지훈은 방문을 닫아주기까지 했다.
그제야 찌푸렸던 미간을 편 허태윤은 아직도 얼굴을 감싸고 있는 애송이를 내려다 보며 소리내 웃어보였다.
“뭐하는 거야? 다들 갔는데!”
누굴 만날 낯이 없는데 지금!
아저씨는 뭐하러 나까지 끌어 들여서는! 남들 앞에서 신혼 생활이니 뭐니!
그 모습에 허태윤이 고연화의 작은 두 손을 대신 떼내며 말했다.
“뭐하러 얼굴은 막고 있어? 그럼 남들이 너 못 볼줄 알아?”
“다 아저씨 때문이잖아요! 그런 남사스러운 말을 왜 해! 남들더러 마음껏 상상의 나래 펼치게 하려는 것도 아니고!”
허태윤이 씨익 웃으며 고연화의 턱을 잡았다.
“그렇게 상상하라고 일부러 말한 건데? 너한테서 멀리 떨어지라고! 내거니까 엄두도 내지 말라고!”
“아저씨, 본인이 되게 카리스마 넘치는 것 같죠?”
“늘 그랬지 난.”
“......”
하! 뻔뻔해!
남자가 손에 들린 옷가지들을 고연화 앞에 들이밀었다.
“애송아, 이건 다시 입을 거야?”
고연화가 옷들을 확 낚아채서 꽁꽁 끌어 안으며 씩씩거렸다.
“변태!”
귀여워 죽겠는데 한 입도 못 먹게 하는 게 문제다.
이 꼬맹이만 없었어도 당장 갈증부터 해소할텐데.
머쓱하게 옷들을 안고 있는 사이, 누군가 옷깃을 살짝 잡아 당겼다.
아이가 고사리같은 손으로 옷깃을 잡아당기며 크고 동그란 눈을 깜빡버리고 있었던 거다.
고연화가 당장 옷들을 던져버리고 쪼그리고 앉아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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