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47장
이유식을 가지고 온 고연화가 아이를 불렀다.
고분고분 말을 잘 듣는 아이는 그 말에 장난감을 내려놓고는 짧은 다리로 침대에서 내려와 아장아장 고연화에게로 다가왔다.
숟가락 잡는 법을 가르쳐주자 아이는 서툴지만서도 곧잘 숟가락질을 해냈다.
열심히 이유식을 오물오물 퍼먹는 아이를 보며 고연화는 저도 모르게 마음 한 켠이 찡해남을 느꼈다.
곧 떠날 텐데 이 집 사람들이 아이를 잘 돌봐주려나.
혈육이라곤 하나도 없는데 허태윤 그 개자식이 과연 양아들을 잘 키워줄까?
그렇다 한들 어차피 돌봐줄 시간도 없을 거면서......
숟가락 쥐는 방법을 배워주려는 이유도 그러했다.
떠난 뒤 아무도 아이에게 밥을 먹여주려 하지 않으면 혼자라도 먹어야 하니까.
그렇게 멍하니 아이를 바라보고 있던 찰나, 휴대폰이 울렸다.
자신의 휴대폰으로 허태윤이 연락을 걸어왔던 거다.
허태윤이 연락을 해왔다는 사실이 새삼 의외이긴 했다.
미국에서 한창 와이프랑 같이 있을 텐데 연락할 시간이 있다?
역시 육호중 말대로 이 자식은 시간 관리 마스터일지도!
고연화가 콧방귀를 뀌며 휴대폰을 귀에 가져갔다.
서로 한 마디도 하지 않으며 무거운 침묵이 흘렀고 얼마나 지났을까, 결국 남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뭐하고 있어?”
고연화가 무감하게 단답을 했다.
“애 이유식 먹여줘요.”
“넌? 밥은 먹었고?”
“먹었는데요.”
허태윤의 질문과 고연화의 단답이 오갔다.
두 사람 다 그 어떠한 감정조차 싣지 않은 채.
애초에 고연화는 이 연락 자체도, 남자에겐 말 한마디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여길 벗어나기 위해서라면 최대한 허태윤의 경계심을 풀어야 했으니 어쩔수 없이 연락을 받았던 것.
허태윤은 살짝 한숨을 쉬는 것 같더니 무거워진 목소리로 물었다.
“할머니랑 고스톱 쳤다며? 안 힘들어?”
고연화가 덤덤하게 대답했다.
“아뇨.”
“힘들면 할머니한테 말씀드려, 그렇게 오후 내내 시간 보내드릴 필요 없으니까. 가뜩이나 지금은 오래 앉아있으면 안 되는데.”
“고스톱 좀 친다고 어디 문제 안 생기니까 걱정 말고 할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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