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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1장

고연화의 얼굴이 삽시간에 어두워졌다. “지금 누구더러 돼지라는 거예요?” 허태윤이 놀리는 양 입꼬리를 스윽 들어올렸다. “지금 그네 타는 게 누군데?” 고연화도 예외는 아니다, 세상 그 어느 여자도 포동포동한 돼지라는 소리에 기분이 좋을리는 만무하니까! 게다가 임신 중이라 얼굴만 동글동글한 것 빼고 팔다리는 여전히 그대로인데. “선생님, 말씀 좀 가려가면서 하시죠! 그러다 욕 먹어요!” 진짜로 화가 난듯 빽 소리를 지르는 애송이의 모습에 허태윤은 더욱 입꼬리를 주체하지 못했다. “아기 돼지가 어때서? 귀엽기만 한데.” “하! 칭찬 감사하네요! 더 할 말 없으시죠? 그럼 끊습니다!” 허태윤이 여유롭게 아래턱을 만지작댔다. “애 낳고도 이대로였으면 좋겠다.” 이번에야말로 욱해버린 고연화다. “내가 뭘 어쨌는데 막 저주를 해요?” 남자가 자세를 바르게 고쳐앉으며 얼굴을 가까이에 들이댔다. “포동포동하면 촉감도 좋잖아.” 너스레를 떠는 남자의 모습에 고연화의 입꼬리가 심한 경련을 일으켰다. “촉감이 좋든 말든 무슨 상관인데요! 징그러워!” 허태윤이 들릴 듯 말 듯 피식 웃어보였다. “장난 안 칠게! 해볕에 오래 있지 말고 이젠 들어가!” 고연화가 콧방귀를 탁 뀌었다. “자기가 뭔데 이래라 저래라야! 내 마음이거든요?” 그 말에 허태윤이 일부러 웃음기를 싹 빼고는 말했다. “그럼 구운 아기 돼지 되고 싶어?” 끝을 모르는 장난에 고연화가 이를 빠드득 갈았다. “다시 한 번 돼지라고 하기만 해요!” 그제야 허태윤은 어린 아이 달래듯 한껏 다정해진 말투로 입을 열었다. “그만할게. 연화는 지금이 보기 딱 좋거든, 전엔 솜털같이 가볍기만 했었잖아. 아저씨는 너 살집 붙어있는 게 귀엽고 예뻐보여.” 말투가 왜 이래? 어젯밤 차에서 분명 똑똑히 말해 뒀더니만 아직도 사람 오해하게 만드는 애매모호한 말이나 하고! 고연화는 발그스레해진 얼굴을 들키지 않기 위해 고개를 홱 틀었다...... 한참이나 지났음에도 더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이쯤이면 끊어도 되겠지? 다시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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