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54장
허태윤이 손을 올려 다정하게 고연화의 어깨에 걸쳐져있는 스웨터를 여미어줬다.
“지호가 넉넉하게 사왔어. 뜨거울 때 얼른 갖고 가서 같이 먹어.”
포근한 남자의 눈을 한참이고 빤히 쳐다보던 고연화가 말했다.
“네, 감사합니다. 괜한 돈 쓰셨네요.”
그나마 밝아졌던 허태윤의 표정이 또다시 어두워졌다.
애송이가 갈수록 예의를 차리니 원!
그래도 아예 무시하기보단 훨 낫지.
안으로 들어가려던 고연화는 뭔가 번뜩 생각난 듯 다시 허태윤에게 말했다.
“저기요 선생님, 그림값 좀 받으세요!”
허태윤이 못마땅해하며 미간에 힘을 줬다.
“꼭 그렇게 선을 그어야겠어?”
“그럼요. 아직까지 난 나고 선생님은 선생님이니까.”
애송이의 매정한 말에 허태윤도 다정함을 거둬들였다.
“들어가서 먹어! 다 먹고나선 얼른 쉬고!”
고연화가 입을 삐죽 내밀었다.
“선생님도 얼른 가세요! 밤길 조심하시고요!”
허태윤이 잔뜩 이지러진 얼굴로 차에 올라탔다.
정지호도 고연화에게 깍듯이 인사를 하고 조수석에 탔지만 어째서인지 차는 시동을 걸지 않은 채 한참이고 그 자리에 서있었다.
멀어지는 걸 보고 다시 들어가려던 고연화는 미동도 없는 모습에 미간을 찌푸리고는 결국 먼저 몸을 돌렸다.
따라나온 하인이 대신 꼬치를 들어주며 고연화의 뒤를 따랐다.
애송이가 대문 안쪽으로 완전히 들어간 뒤에야 허태윤은 안심한 듯 기사에게 턱을 까딱여 보였다.
허태윤의 차가 멀어지고, 내내 투명인간 취급받던 탁지훈이 정신을 번뜩 차렸다.
그는 다시 차로 돌아가는 대신 고연화의 뒤를 바짝 따라가며 소리쳤다.
“연화 씨!”
누군가의 부름소리에도 걸음을 늦추지 않은 고연화는 고개를 휙 돌린 채 무감하게 입을 열었다.
“탁지훈 씨네요! 방금 왔어요?”
그 말에 저도 모르게 섭섭해 나는 탁지훈이다.
아까부터 200메터도 안 되는 곳에 서있었는데 보지도 못했다니!
애써 미소를 머금은 탁지훈이 고연화의 옆으로 훌쩍 다가왔다.
“놀라지도 않고 덤덤하네요?”
“놀랄 게 있나요 뭐. 명문가 자제들이야 다들 아는 사이일테고 이 정도 사건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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