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25장
“아직 할머니 생사도 모르는데 이대로 보고만 있을 순 없어.”
그제야 정신을 가다듬은 강준영이다.
“그래 맞아, 건강하시기만 하던 분이 왜 갑자기 계단에서 구르셨겠어......”
그런 강준영을 보는 유가영의 마음도 편치는 않다.
처음 보는 초췌한 모습은 마치 길을 찾지 못해 헤매는 맹수와도 같았다.
다가가 위로라도 건네려던 그녀는 둘의 대화를 듣곤 다시 주춤 물러났다.
종내 용기가 생긴 유가영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할머니 연세도 있으신데 이런 사고 생길 가능성도 있어.
나도 속상하긴 한데 오빠도 알다시피 이젠 나이 드신 분들이잖아.
다름이 아니라 할머니가 진짜 실수로 넘어지셨을 수도 있다는 거야.
너무 힘들어하지 마, 이젠 나이도 있으신데.”
횡설수설하는 유가영의 말이 김이월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친언니를 죽인 범인임을 알고 나니 몇 년 지기 친구가 어쩐지 낯설기만 하다.
도무지 속내를 모르겠는 지금처럼.
강준영 앞에서 이런 흐트러진 모습을 보인 적 없던 유가영이 왜?
김이월의 마음 속에선 이 일이 유가영과 연관돼 있다는 의심이 피어올랐다.
다만 따져보면 그럴 리가 없다.
하나는 여사님이 강준영의 할머니라는 이유 때문이다.
할머니를 지극히 아끼는 그가 분명 이렇게 가슴 아파할 텐데.
강준영의 고통을 누구보다 감당하기 힘들어 하는 유가영 아닌가.
지금도 그를 따라 미간을 잔뜩 구긴 채 이 모든 걸 대신 떠안고 싶어 하는데.
다른 이유는 바로 오늘이 여사님 팔순 연회라서다.
본가에서 열린 행사에서 주인공인 여사님을 그렇게 만든다는 건 미치지 않고서야 하기 힘든 짓인데 말이다.
유가영이 말 끝마다 협박을 했다 해도, 그때의 일을 떠벌리면 가만 두지 않겠다 했어도 정작 말 뿐이었지 실제로 뭔가를 한 적은 없다.
진실이 드러나기 전엔, 오랜 친구에게 일말의 선한 구석이라도 있다 믿고 싶은 김이월이다.
크나큰 악의로 친구를 억측하긴 싫다.
고개를 든 강준영의 싸늘한 시선이 유가영에게 꽂혔다.
서수연의 눈빛도 못마땅하긴 마찬가지다.
누구보다 울적할 사람에게 굳이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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