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62장

구리가 눈을 핑글 굴렸다. 서수연이 내건 조건은 확실히 혹할 만한 것들이다, 오늘 이 여자를 놔주고 평생 부귀영화를 누릴 수만 있다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을 거다. 다만 서유라의 말대로 강준영이 더는 서수연을 사랑하지 않는 거라면 누가 그 약속을 지켜주지? “못 믿겠으면 아까 그 남자가 나한테 문자 보낸 거 봐봐, 한참 기다렸는데 그제야 답장하더라니까—— 아하하, 봤지!” 서유라의 대화창에 있는 건 문자 하나가 전부였다. 마치 강준영이 정말로 서수연을 사랑하지 않는 듯, 얼굴만 빼면 그 어떤 가치도 없는 듯 보였다. “그러게 내가 뭐랬어, 이런 남자는 믿을 게 못된다니까. 당신 팬들 앞에서 이 남자 드러냈던 건 진짜 무모한 짓이었어. 그런 가정 환경에서 자란 놈들 치고 진심인 것들은 없어! 이번엔 진짜 사람 잘못 본 거야, 그냥 평범한 남자 만났으면 얼마나 좋아? 돈 있지 백 있지, 그런 잘생긴 얼굴까지 가진 남자가 왜 한낱 배우인 당신을 택했겠어?” 구리는 좋아하는 배우를 위해 화풀이라도 하듯 투덜거렸지만 서수연은 그 모습이 징그럽기만 하다.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그 사람은 분명 나 사랑해! 나 건드리지만 않으면 네가 원하는 건 이뤄줄게!” 서수연은 몸을 한쪽으로 옮겨가며 남자와 멀어지려 무진장 애를 썼다. 서유라는 그의 행동을 제지하지도, 서수연을 건드려도 된다 허락하지도 않은 채 구경꾼같이 그 처절한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다. 한편, 마을 초입에 들어선 한 무리의 사람들. 낯선 이들을 보고 맹렬히 짓던 개는 주인에게 혼이 나고서야 다시금 잠잠해졌다. “에에, 저 폐건물입니다. 원래 민박집으로 만들려다가 흐지부지 그만뒀거든요.” 어두운 표정의 강준영이 손을 흔들었다. 무장한 팀원들이 조용히 폐건물로 접근했다, 정작 안에 있는 이들은 전혀 눈치채지 못한 상황이다. “서유라 부탁이야, 이 남자 나한테서 떨어지게만 하면 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줄게!” 서유라의 양심이라도 건드려보기 위해, 서수연은 애원에 애원을 거듭했다. 몸으론 구리의 얄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