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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12장

사실 벌써 결심을 내린 유진철에겐 사심이 담겨있기도 하다. 오늘 강준영까지 구한다면 그의 두 딸은 남은 평생 걱정 없이 살 수 있지 않으려나. 아내와 사별한 뒤, 아이들을 잘 키울 수 있을까 하는 건 그의 오랜 고민이자 걱정거리였다. 다만 잘 자라준 지금엔 안타깝게도 곁에 있어주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강준영의 뒤에 있는 거대한 명문가를 알게 된 순간 마음을 굳혔다, 만에 하나 무슨 일이 있더라도 꼭 이 목숨으로 딸의 미래를 맞바꾸겠다고. “아빠, 무섭게 왜 그래. 우리 셋이서 뒤에 있는 창문으로 도망치면 되잖아. 아빠 없으면 나 무섭단 말이야. 이러지 마 아빠, 내 옆에서 떨어지면 안돼. 나랑 가영이한텐 아빠가 필요하다고......” 유인영은 아빠의 결심을 듣자마자 비극을 직감했다. 같이 갇혔으면 탈출도 같이 해야지, 굳이 왜 누군가가 희생을 해야 하나? “인영이 지금 불안해 하는 상태인데 그래도 아저씨가 곁에 있어드려야죠. 제가 두 납치범들 유인할게요.” 결의에 찬 강준영과 달리 유인영은 근심 가득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왜 굳이 깨우려고 그래? 둘 다 잠들었잖아, 그럼 우리 같이 뒤로 나가면 되는 거 아니야?” 이건 유인영의 생각만큼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창밖을 내다보는 유진철의 시야에 들어온 건 끝없이 펼쳐진 갈대밭이었다. 납치범들의 의도가 선명하게 드러난 순간이기도 하다. 누군가 앞에서 시선을 끌지 않는다면 얼마 가지 못해 그들은 다 붙잡이고 말 거다. 그 말인즉, 유인을 하는 사람은 희생양이 되는 거나 마찬가지. “안돼, 싫어! 그냥 경찰 올 때까지 기다려! 도망 안 가, 난 안 갈래!” 잔뜩 웅크리고 앉아 현실을 기피하려는 유인영을 보고 유진철이 심각한 표정으로 딸의 얼굴을 들어 올렸다. “인영아, 아빠 봐. 아빠 말 잘 들어—— 우리 셋 다 여기서 죽었으면 좋겠어?” 유인영이 습관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 이따가 아빠가 저 놈들 유인할 거니까 넌 준영이랑 앞만 보고 달려. 경찰들 언제 올지도 모르는데 더 기다렸다간 이대로 죽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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