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54장

다만 지금으로선 아빠의 추궁을 마주해야 한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그날 밤 막 본가로 돌아와 현관에서 신발을 갈아 신고 있을 때, 진씨 아주머니가 윤서를 향해 살짝 고개를 저었다. “선생님 기분이 썩 좋지는 않으셔.” 윤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절 아껴주는 아주머니가 분명 상황을 주시하고 있을 거라 예상했다. “알겠어요. 제가 좋아하는 요리는 있어요 아주머니?” 무거운 분위기를 바꾸려 윤서가 웃으며 물었다. “네가 오는 날이면 언제 좋아하는 거로 안 차린 적 있어? 아줌마는 윤서가 매일 왔으면 좋겠다, 내 솜씨가 아깝지 뭐야.” 나직이 나누던 둘의 대화는 벌써 누군가의 귀에 들어갔다. “뻔뻔하게 저녁 메뉴를 물어? 부끄럽지도 않냐?” 팔짱을 척 끼고 위층에 서 있는 예린은 제법 오만해 보였다. 고까운 눈빛은 마치 윤서를 쓰레기 취급하는 듯했다. 윤서는 아주머니의 말에 답하며 예린을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 “일적으로 자리 잡으면 저 있는데로 모셔올게요, 그럼 매일마다 맛있는 거 해주세요.” “그럼 나야 너무 좋지, 아줌마는 평생 너 챙겨주고 싶어.” “귀 먹었어 너? 내 말이 안 들려? 내가 너였으면 부끄러워서라도 절대 안 왔을 걸.” 고고하게 구는 예린은 정작 제 신분을 잘 모르는 모양이다. 자기가 정말 이 집안 둘째 딸이라도 되는 줄 아나. 예린의 입은 한시도 쉬질 않았다. 어쩌다 윤서의 약점을 잡았는데 그걸 놓칠 리가 없었다. “내가 너처럼 더러운 여자였으면 여기 나타나지도 않았을 거야. 남들이 보면 아빠를 뭐라고 하겠어.” 윤서는 대꾸도 하지 않았다. 아빠의 생각이 신경 쓰일 뿐이지 다른 사람들은 그닥 중요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아주머니가 예린을 못마땅해했다. “작은 아가씨, 근거 없는 헛소문을 진짜 믿으세요? 제 생각엔 공부에 더 힘을 쓰셔야겠어요, 그럼 이런 말도 안되는 소문을 믿진 않으시겠죠.” 예린이 분에 겨워 씩씩댔다. 겨우 밥이나 하는 여자가 감히 머리 꼭대기에 기어오르려 한다니. “당신이 뭐라도 된 줄 알아? 하인 주제에 어디서 그런 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