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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47장

신경질적인 화연의 표정에 예린은 더욱 차게 식어버렸다. “남들이 나랑 그 사람 관계를 모를 줄 알아? 아빠는 무슨, 따져 보면 난 내 아빠가 누군지도 모르네.” 예린의 비아냥거리는 모습이 화연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넌 엄마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 배지성네 집이 그리 호락호락한 줄 알아? 배지성 좋아해서 꼭 결혼할 거라고? 그 전에 곰곰이 생각해 봐, 성이 박씨였던 네가 어디 그런 자격이나 있니? 게다가 그동안 엄만 내내 네 일에 힘 썼는데 정작 넌? 노력이라도 했어? 다 엄마한테 떠넘길 줄만 알지. 이게 얼마나 힘든지나 알아? 윤서가 그 집에 시집 가는 것도 기회가 딱 들어맞아선데......” “기회가 들어맞긴 무슨! 그냥 저 남자가 배지성 협박한 거지! 비열하다 진짜!” 화연은 딸 때문에 분이 차 쓰러질 지경이다. 예린은 남자 하나 때문에 눈에 뵈는 게 없다. 지금 누리고 있는 우월한 삶이 누구 덕인지를 잊었나? 아직도 성이 박씨였다면 그들은 지금쯤 초라한 시골 마을에서 지내고 있었을 거다. 빛도 들지 않는 어두컴컴한 곳에서 파리들에게 꼬이는 인생이라, 화연은 두 번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 “네가 참 살기 편한가 보네, 우리가 얼마나 힘들게 여기까지 왔는지도 잊었구나. 정신 차려, 남자 하나 때문에 우리 목표마저 잊을 셈이야?” 그러자 예린이 호통을 질렀다. “내가 잊은 게 아니라 엄마가 잊은 거지. 엄만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놈이랑 나성호랑 가족이란 것밖에 모르잖아! 내가 엄마랑 의지하면서 살아갈 애라는 걸 잊은 거고! 못하겠으면 내가 직접 할 거야, 엄만 끼어들지 마.” 예린이 씩씩거리며 문을 박차고 나가려 하니 화연이 손목을 덥석 잡았다. “너 뭐 하려고 그래? 경고하는데 배지성이랑 나윤서 혼사는 벌써 결정됐어. 이 타이밍에 문제 일으키지 마, 우리가 감당할 만한 게 아니야.” 예린은 그저 눈을 부라릴 뿐이었다. “엄만 뭐든 겁만 내지, 그렇게 움츠려 들어서야 뭘 해내겠어? 난 왜 이런 쓸모도 없는 엄마를 가졌지, 나한테 아무것도 못해주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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