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55장
“모를까 봐 알려주는데 배지성은 너한텐 요만치도 마음이 없거든.
내가 방금 다 확인했어, 그냥 아빠 달래서 넘어가려는 거야.
CCTV 영상 손에 넣으면 그 사람은 바로 너랑 이혼해. 이번 생에 넌 희망이 없다고.
같은 여자로서 네 속내가 뭔진 나도 잘 알거든.”
예린이 방금 어디를 갔는지 윤서는 모른다.
하지만 저와 지성 사이에 가능성이 없다는 확신 섞인 말을 들으니 괜스레 가슴이 욱신거렸다.
그럼에도 윤서는 겉으로 전혀 티를 내지 않았다.
“그래? 나랑 안 되면 넌 될 거 같아?
계산 한번 잘하네. 아가씨라고 불러주니까 진짜 이 집 사람이라도 된 거 같지?
박예린——
내가 자격이 없는 거면 넌 더 없어.”
화연이 미간을 바짝 좁히고 한 소리 했다.
“윤서야, 동생한테 무슨 말을 그렇게 하니?
우리 이 집 들어온 지 얼마나 됐는데 아직도 그런 상처 주는 말을 해야겠어?
동생이 맞는 말 좀 했다고 몰아붙이는 거 봐, 교양 없긴.”
윤서가 화연을 이대로 놔줄 리 없었다.
“아줌마는 뱃속에 있는 애나 신경 써요.
그러다 유산되면 우쭐거리지도 못할 텐데.”
화연이 저도 모르게 배를 감싸 쥐었다.
조금 전, 얄궂게 제 배를 가리키던 윤서의 모습에 실로 겁을 먹었다.
마음같이 되지 않으면 너 죽고 나 죽자는 그녀의 눈빛에 화연은 입을 꾹 다물었다.
“네가 떳떳한 큰딸이라도 되는 줄 알지.
지금 네 꼴을 봐, 다들 네 이름만 언급되면 재수 없다 한다니까!
내가 너였으면 그냥 천장에 목매달아 죽었겠다.”
“꼴이 어때도 내 딸이야, 박예린 네가 흠집 잡을 자격은 없어.”
이때, 성호가 코너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습관적으로 입을 감쳐문 예린이 인상을 쓰며 화연을 바라봤다.
화연도 어금니를 악물었다.
왜 또 저 인간에게 들켰을까, 이젠 예린이 대신 아무리 변명한들 숨기기 힘들다.
“박화연, 시간 있으면 네 딸 교육이나 해. 우리 애까지 물들이게 하지 말고.”
성호의 무감한 한마디에, 화연은 일순 식은땀이 삐질 흘렀다.
예린이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를 나쁘게 물들일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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