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54장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헛소리하는 거 아빠도 알잖아.
좋아하는 사람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으면 되는 거 아니야?
왜 아빠는 얼굴 몇 번 보지도 못할 사람들 생각을 그렇게 신경 써?
그 사람들이 뭐가 그리 중한데. 아빤 한평생 체면만 앞세우는 게 문제야.”
“내가 내 체면만 앞세워서 이래? 네 결백을 위해서지.
아무튼 그 집 사람들이랑 연락했고 그쪽에서도 동의했으니까 넌 시집만 가.
내가 얼마나 힘들게 여기까지 왔는지 알잖아, 넌 결혼하기 싫어도 해야 해.
게다가 네가 싫다고 하면 배지성이 과연 동의나 할까.”
“이건 강도지!
아빠 이런 사람이었어? 내가 알던 아빠가 맞기나 해?
내가 시집 못 가는 게 신경 쓰이는 거야?
아니면 우리 집안 미래가, 배지성 집에서 해줄 투자가 신경 쓰이는 거야?
나주 그룹 발전에 문제 생긴 거라면 내가 기꺼이 투자 끌어올게.
근데 절대 이런 식으로는 아니야.
난 아빠가 손에 쥔 카드가 아니라 아빠 딸이라고!”
정곡을 찔린 성호의 얼굴이 삽시간에 일그러졌다.
“됐어, 이 아빠한테 말대꾸나 하라고 너 키워준 거 아니야.
넌 아빠가 주는 대로 받기만 해.
네가 앞장서서 투자 끌어올 필요도 없어. 하물며 네 실력을 너무 과대평가했잖아.”
윤서가 상처받은 눈길을 보내왔다.
“아빠, 진짜 낯설다.”
“정신 못 차린 지금 네 모습도 낯설어!
이렇게까지 하는데 아직도 내가 널 망쳤다고 생각하지. 너 진짜 실망이다.”
둘은 동문서답만 하고 있었다.
어떤 말을 하든 성호의 답은 딱 하나, 반드시 지성과 결혼해야 한다는 거다.
윤서는 완전히 마음을 접었다.
아빠를 설득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알았기에 지성에게 공들일 수밖에 없다.
원본 영상만 찾는다면 성호가 아무리 협박해도 걱정할 게 없었다.
이래야만 해결할 수 있는 일이다, 완전히 끝을 볼 수 있는 일이다.
별말 없이 다시 서재를 나가는 윤서를 보고 성호는 그제야 안심했다.
난리가 날 줄 알았는데 딸이 이리 쉽게 받아들이다니.
결국엔 아직도 배지성을 좋아하나 보다, 아니면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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