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59장
“여덟 살 되기 전까지 난 엄마랑 그 허름한 시골 마을에서 살았어.
그 하수구 냄새는 지금 생각해도 구역질이 나.
엄만 잊었어도 난 못 잊어.
그때가 그리운 거라면 막진 않을게, 대신 난 끌어들이지 마!”
화연은 임신한 것도 신경 쓰지 않고 곧장 뛰어가 예린의 입을 틀어막으려 했다.
“미쳤어 아주, 여기가 어디라고 그런 말을 해. 내가 언제 그 남자랑 만났어.
그냥 윤서가 생각난 김에 물어본 거잖아.
그 사람이 우리한테 어쨌는지 엄마도 잊은 적 없는데 연락해서 좋을 게 뭐 있니?”
윤서가 팔짱을 끼고 구경을 시작했다.
박동성 효과가 예상보다 훨씬 크다.
이름만 언급했을 뿐인데 박화연 모녀가 서로 언성을 높인다.
나예린은 과거의 일을 상당히 신경 쓰는 모습이다, 세월이 이렇게 흘렸는데도 아직 마음에 두고 있는 걸 보면.
하긴, 허영심으로 가득 찬 사람에겐 출신이 무엇보다 중요하겠지.
예린이 다시 한번 화연의 손을 뿌리쳤다.
“여기가 뭐 어때서, 아무튼 난 말해 뒀어——
다시 한번 박동성이랑 연락하면 엄마랑 연 끊을 줄 알아.
똑똑히 기억해, 난 박예린이 아니라 나예린이야!”
그 말을 끝으로 예린은 홀연히 자리를 떠버렸다.
분에 겨워 의자에 주저앉은 화연에게 윤서가 한마디 건넸다.
“아줌마 괜찮아요? 몸조심해요, 그러다 애 잃으면 골치 아파진다고요.
아줌마랑 아빠가 그 애를 얼마나 기대하는데, 몸 잘 챙기셔야죠!”
화연이 원망 섞인 눈빛으로 윤서를 흘겨봤다.
“네가 그런 선한 마음을 품었다고?
넌 그냥 유산됐으면 하는 거 아니야?
아쉽지만 난 늘 건강한 편이거든, 뱃속의 애도 잘 보살필 거고.
두고 봐, 여긴 절대 너 혼자만의 집이 되지 못해.”
윤서는 한 번의 눈길도 아까운지 진씨 아주머니가 마당 탁자를 정리하자마자 밖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집은 워낙 윤서 혼자의 것이 아니거니와 남들과 겨뤄 뭔가를 가지려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었다.
겨루지 않은 게 아니라 그럴 가치를 느끼지 못해서다.
그러나 누군가 억지로 제 손에 든 걸 가로채려 한다면 말이 달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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