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42장
수건으로 머리를 탈탈 털며 자연스레 고연화 곁에 앉은 허태윤이 무심결에 탁지훈이 보내온 메시지를 보고 만다.
허태윤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지훈이랑 둘이 사적으로 연락하는 사이야?”
“연락은 별로 안 해요. 탁지훈 씨가 가끔 보내오긴 하는데 난 별로 답장한 적도 없고요.”
그럼에도 허태윤은 썩 말투가 달가워 보이지 않았다.
“언제 추가한건데?”
딱히 숨길 생각도 없었던 고연화가 솔직하게 말했다.
“우리 웨딩 사진 찍고 나서 만월 가든 갔던 날이요. 집 오는 길에 추가 신청 왔었는데 수락 안 했더니 매일마다 몇번이고 보내니까 귀찮아서 그냥 수락했어요.”
허태윤이 살짝 허리를 숙여 고연화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나 없을땐 걔 그냥 무시해.”
고연화가 약간 의외라는듯 눈을 깜빡거렸다.
“나도 원래 받아줄 생각은 없었어요! 그나저나 아저씨 친한 친구라서 체면 차려줬더니 아저씨가 그럼 어떡해요?”
허태윤이 고연화의 눈을 지그시 바라보며 말했다.
“나 때문에 네가 누구한테 체면치레할 필요는 없어. 기분 좋으면 받아주는거고, 싫으면 무시하는거고. 그건 네 자유지.”
“그러니까 아저씨는 탁지훈 별로 안 좋아한다는거네요? 어릴때부터 알고 지냈다던데?”
“어릴때부터 알고 지냈어도 다 형제처럼 가까운건 아니지.”
“아하, 그럼 아저씨는 여택, 육경배 두 사람이랑만 가깝다?”
허태윤이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둘만 있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데 그런 쓰잘데기 없는 놈들 말이나 하고 있어? 얼른 자자!”
말이 끝나기 무섭게 허태윤이 산뜻하고 깔끔한 비누향을 머금은 채 이불 속으로 쏙 들어왔다.
어딘가 잘못됐다는 생각에 고연화가 얼굴을 붉혔다.
“아저씨는 샤워 다 했어도 난 못했다고요! 지금 갈래요!”
그러자 남자는 긴 팔을 벌려 고연화를 안더니 그것도 멀다고 느껴졌는지 몸에 새길 기세로 으스러지게 끌어안으며 말했다.
“하지 마! 그냥 이렇게 안고 있게 해줘!”
고연화가 고개를 들어 깎아지른듯 날렵한 남자의 아래턱을 올려다보며 반항을 했다.
“샤워 안 하면 못 잔다고요 난!”
허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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