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화 패션 디자인 대회
화면 너머에서 서정아는 막 스파를 받고 나온 듯한 물기 어린 얼굴로 걱정이 가득한 목소리를 냈다.
“해정아, 진짜로 이사 나온 거야? 어때, 거기서는 좀 살 만해?”
“응, 괜찮아.”
신해정은 웃으며 대답했고 구직이 잘 풀리지 않는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다행이다. 인터넷에 떠도는 그런 쓰레기 같은 일들은 신경 쓰지 말고, 그냥 너 잘 챙기면서 살아.”
서정아는 그렇게 당부하다가 문득 생각난 듯 말을 이었다.
“근데 일은 좀 알아보고 있어? 내가 한번 물어봐 줄까?”
“괜찮아.”
신해정은 그녀의 호의를 부드럽게 거절했다. 이제는 누구에게도 기대고 싶지 않았다.
“나 이제는 생각을 좀 바꿔 보려고.”
신해정은 자신의 계획을 차분히 털어놓았다.
“한 달 뒤에 서울에서 패션 디자인 대회 열리잖아. 일단 아무 작은 회사라도 이름만 걸고 들어가서 출전 자격부터 얻으려고 해.”
우선 대회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그다음 길은 천천히 만들어 가면 된다. 지금 그녀가 떠올릴 수 있는 가장 빠르게 업계로 돌아가는 방법이었다.
서정아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크게 호응했다.
“이거 완전 좋은 생각인데? 해정아, 너 실력 있잖아. 분명히 한 방에 눈에 띌 거야. 그때 가서 그 개 같은 남녀 눈 제대로 멀게 해 주자!”
통화를 마친 뒤, 신해정의 마음에는 다시 의욕이 피어올랐다.
작은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서도 내놓을 만한 작품은 필요했다.
그녀는 아파트에 틀어박혀 밤낮 가리지 않고 디자인을 그리기 시작했다.
먹는 것도 자는 것도 잊은 채 작업하다가, 날이 밝아서야 자신이 또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날, 그녀는 마침내 새로운 작품집을 정리해 몇 군데 회사에 다시 지원 메일을 보냈다. 모든 걸 끝내고 나자, 긴장이 풀리면서 갑자기 위장에서 심한 통증이 몰려왔다.
신해정은 급히 화장실로 달려가 정신없이 토해 냈다. 세 번이나 구토를 하고 나니 위에는 신물만 남았다.
그녀는 얼굴이 종잇장처럼 하얗게 질린 채 벽을 짚고 일어섰다. 지병이 또 도진 것이다.
이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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