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화 박준혁의 거짓말
윤재일은 진태오가 전화로 몇 번이나 신신당부했던 말을 잊지 않고 있었다. 절대 배정빈이 자신을 불러들였다는 이야기는 하면 안 된다는 것.
그는 헛기침을 한 번 하더니, 얼굴색 하나 바꾸지 않고 자연스럽게 말을 꾸며 냈다.
“막 귀국했는데, 병원에 상태가 좀 특이한 환자가 들어왔다고 해서요. 그냥 한 번 보러 왔습니다.”
말을 멈추고는 시선을 신해정에게 옮겼다. 어딘가 친한 척하는 아부가 섞인 말투였다.
“그쪽은 성함이...?”
신해정은 마음속 의심을 눌러 담고 담담하게 대답했다.
“신해정이에요.”
“신해정 씨.”
윤재일은 곧바로 호칭을 바꿨다.
그의 잘 돌아가는 눈이 그녀를 한 바퀴 훑었다.
호기심이 불쑥 고개를 들었다.
“신해정 씨, 결혼했어요? 제 친구 꽤 괜찮은데, 성격이 좀 무뚝뚝하긴 해도 사람은 좋아요. 소개해 줄까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병상에서 약한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김혜자가 깨어난 것이다.
윤재일은 즉시 말을 멈췄다.
조금 전의 능청스러운 표정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는 곧장 병상으로 다가가 진지한 얼굴로 진찰을 시작했다.
“환자분, 지금은 어떠세요? 어디 불편한 데는 없으시고요?”
목소리는 차분했고, 태도는 전문적이었다. 아까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았다.
신해정은 그가 능숙하게 청진기를 꺼내 심박을 확인하고, 세세하게 증상을 묻는 모습을 지켜봤다.
몇 번 오가는 사이, 마음속에 남아 있던 마지막 의심도 사라졌다.
이 사람, 실력은 분명했다.
검사를 마친 윤재일은 허리를 펴며 한결 가벼워진 표정을 지었다.
그는 긴장한 얼굴의 신해정을 향해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별거 아니에요. 미세 침습 수술 한 번 하면 금방 좋아지실 겁니다.”
신해정의 심장이 크게 뛰었다.
‘할머니 몸이 약한데, 수술이 괜찮을까?’
윤재일은 그녀의 걱정을 단번에 읽어 냈다. 그리고 턱을 살짝 들어 올리며 다소 직설적인 말투로 말했다.
“환자분 심장은 이미 한계점에 와 있어요. 신해정 씨, 책임지고 말씀드리지만 지금 상태는 더 미룰 수 없습니다. 수술 없이 최고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