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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다 필요 없어요

전지환은 넋이 나간 듯한 박준혁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박준혁의 손등을 두드리며 상대방을 진정시키려 했다. “박 선생님, 일단 진정하세요.” 전지환은 그를 부축하여 사람들이 오가는 복도 한가운데를 피해 옆으로 자리를 옮겼고 표정이 전보다 더 진지해졌다. “채은 씨의 상황은... 안 좋아요.” 박준혁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유감스럽게도 채은 씨의 백혈병이 재발했습니다.” 이 말은 커다란 망치로 변해 박준혁의 심장을 내리쳤고 그는 순간 눈앞이 깜깜해지며 몸이 휘청거렸다. ‘어... 어떻게 재발할 수가 있지? 분명 골수 이식을 했고 분명 모든 게 좋아지고 있었는데. 그럴 리가 없어.’ 전지환은 박준혁의 창백한 얼굴을 바라보며 차마 말을 이어 나갈 수가 없었다. 하지만 환자의 상황을 감추는 건 의사의 도리가 아니었다. “게다가 이번 재발은 아주 심각하고 위험해서 최대한 빨리 두 번째 수술을 진행해야 합니다. 어떻게 할까요? 바로 무균 병동으로 옮길까요? 아니면 먼저 입원 수속부터 할까요?” 박준혁은 지금 머릿속이 텅 빈 상태였다. 그는 전지환을 멍하니 바라보며 몇 번이나 입을 열었지만, 결국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침착해야 해. 난 의사야.’ 하지만 도무지 침착할 수 없었다. 지금 안에 누워 있는 위독한 사람은 박준혁이 평생 지키겠다고 맹세한 유채은이었으니까. 박준혁은 갑자기 지푸라기라도 잡은 사람처럼 정신을 차리고 전지환에게 말했다. “잠깐 전화 한 통만 하고 올게요.” 그는 비틀거리며 뒷걸음질 치더니 몸을 돌려 복도 끝 창가로 걸어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박준혁은 손가락이 떨려 휴대폰을 누를 수가 없었고 여러 번 시도한 후에야 잠금을 해제하고 누군가의 전화번호를 찾았다. 그 번호는 예전에 유채은에게 골수를 기증한 사람 가족의 번호였다. 박준혁은 깊게 숨을 들이마신 후, 통화 버튼을 눌렀다. 상대방은 한참 뒤에야 전화를 받았고 중년 남자의 목소리가 울렸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접니다, 박준혁입니다.” 박준혁은 자신의 목소리가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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