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화 내가 그걸 가만두겠어?
박준혁 같은 인간을 상대할 때 물러서거나 피하는 건 오히려 그를 더 대담하게 만들 뿐이었다.
신해정의 눈빛이 서서히 식어갔다.
마침내 그 안에는 차갑고 단단한 결의만이 남았다.
그녀는 허리를 곧게 세우고 흉부외과 사무실이 있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번엔 그녀가 먼저 움직일 차례였다.
이미 강등된 박준혁에게는 더 이상 단독 교수 사무실이 없었다.
신해정은 망설임 없이 대형 사무실 문을 걷어찼다.
쾅!
굉음과 함께 문이 열리자 안에 있던 사람들 전부가 놀라 일제히 고개를 들었다.
젊은 의사 몇 명은 놀라서 들고 있던 서류를 떨어뜨렸다.
‘박 교수님 전 약혼녀잖아?’
‘이 분위기... 설마 싸우러 온 건가?’
서로 눈치를 주고받는 사이 사무실 안에는 고요한 정적이 내려앉았다.
그 와중에도 박준혁은 태연하게 자리에 앉아 있었다.
마치 그녀가 이곳에 올 걸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그때 눈치 빠른 한 의사가 어색하게 웃으며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 저, 갑자기 생각났는데 아직 보고서를 완성 못 해서요. 먼저 나가보겠습니다.”
“아, 저도... 회진 시간이네요.”
다른 사람들도 하나둘 핑계를 대며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그들은 나가면서는 문까지 친절하게 닫아주었다.
순식간에 넓은 사무실에는 두 사람만 남았다.
그제야 박준혁은 느긋하게 책상 위 찻잔을 들었다.
그는 차의 김이 조금 가시길 기다렸다가 천천히 한 모금을 마셨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건방진 시선으로 신해정을 훑어보았다.
“할머니가 그러더라, 우리 이제 결혼 준비를 한다고. 그런데 난 전혀 모르던 얘긴데? 해정아, 난 네가 채은이한테 얌전히 골수 기증만 해주면 그 결혼 연극... 끝까지 맞춰줄 수도 있어. 원한다면 아이 하나 더 만들어주는 것도 상관없고. 단, 분수는 지켜. 채은이가 내 마음속에 차지한 자리를 흔들 생각이나 하지 말고.”
신해정은 어이가 없어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제야 확실히 알았다. 박준혁 같은 인간에게는 조금의 미련도 남겨둘 필요가 없다는 걸.
그녀는 그동안 예전의 정을 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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