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화
나는 스위스에 반년 동안 머물렀다.
작은 마을에 살며 매일 책을 읽고 산책하고 디저트를 배우며 지내면서 그 누구와도 연락하지 않았고 국내 소식도 보지 않았다.
휴대폰에는 소윤지가 매일 보내는 수다만 가득했다.
[오늘도 프로젝트 하나 말아먹었어. 진짜 열 받아!]
[새로 온 비서 완전 바보야. 커피를 한약처럼 타.]
[나 연애해. 화가야. 다음에 보여줄게!]
나는 거의 답장을 하지 않았지만 모든 메시지를 꼼꼼히 읽었다.
그녀가 잘살고 있다는 걸 알면 그걸로 충분했다.
늦가을의 어느 날, 마을에 첫눈이 내렸다.
나는 벽난로 앞에서 책을 읽고 있었는데 집주인 아주머니가 문을 두드리며 들어와 편지 한 통을 건넸다.
“심재이 씨, 한국에서 온 편지예요.”
나는 잠시 멈칫했다.
봉투를 받아 보낸 사람을 보니 ‘고지오’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내가 그 편지를 한참 동안 뜯지 못하자 집주인 아주머니가 걱정스레 물었다.
“제가 대신 처리해 드릴까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괜찮아요.”
그녀가 나간 뒤, 나는 편지를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다시 책을 들었다.
하지만 한 글자도 읽히지 않았다.
창밖의 눈이 점점 더 거세질 즈음, 나는 결국 편지를 뜯었다.
편지는 길었고, 고지오의 글씨는 다소 흐트러져 있었다.
마치 초조한 상태에서 급히 쓴 듯했다.
“재이야, 이 편지를 펼쳐 보게 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쓰고 싶었어. 난 여기 들어온 지 8개월이 됐어. 매일 과거를 생각할 시간이 넘칠 만큼 많아.”
“우리가 처음 만났던 날이 떠올라. 네가 학교 강당에서 피아노를 치고 있었고 나는 아래에서 넋을 잃고 보고 있었지. 네가 나와 함께하려고 집안과 몇 번이나 싸웠는지도 떠올라. 병이 나기 전, 늘 내 품에 기대서 우리 평생 함께하자고 말하던 너였어. 그리고... 그때 나는 울었지.”
“여기 들어와서 처음으로 울었어. 감옥에 들어온 게 후회돼서가 아니라 그렇게 나를 사랑하던 너를 내가 잃어버렸다는 게 너무 후회돼서였어.”
“유민아가 한 번 면회 왔어.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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