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2화
거대한 비통함이 한순간 소은지의 가슴속에서 증오로 굳어졌다.
소은지는 소파에서 일어나 벽장 앞으로 걸어가 소혜원의 위패를 조심스럽게 벽장 안에 넣었다.
그리고 옆에 놓인 과도를 집어 들었다.
차가운 빛이 스치더니 소은지의 손끝에 날카로운 통증이 전해졌다.
선혈이 순식간에 맺혀 흘러내렸다.
소은지는 손을 위패 앞의 하얀 도자기 그릇 위에 가져갔다.
툭...
툭...
피방울이 백자 그릇 바닥에 떨어졌다.
고요한 아파트 안에서 그 소리는 유난히도 섬뜩하게 울렸다.
소은지의 얼굴에는 아직 눈물 자국이 남아 있었지만 눈빛만큼은 단호했다.
“엄마, 지켜봐 주세요. 엄마를 괴롭히고 짓밟은 인간들을 제가 단 한 명도 용서하지 않을게요. 핏값은 반드시 피로 갚게 할게요.”
소은지는 이를 악물고 또박또박 한 글자씩 내뱉었다.
“맹세해요!”
...
오후, 시내 중심가의 최고급 프라이빗 복싱 클럽.
한태현은 이미 복싱복으로 갈아입은 상태였다.
검은 민소매가 한태현의 탄탄하고 곧은 체격을 또렷하게 드러내고 있었고 근육 하나하나에 폭발적인 힘이 응축돼 있었다.
한태현은 헬멧도 쓰지 않은 채, 이마 앞 잔머리가 살짝 젖은 상태로 손에 붕대를 느긋하게 감고 있었다.
동작은 우아했지만 숨 막히는 압박감이 함께 흘러나왔다.
박현우는 우진 그룹의 이사를 대동하고 안으로 들어왔다.
박현우 역시 복싱복으로 갈아입었지만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
본래 아빠의 지시로 사과하고 화해를 청하러 온 자리였는데 설마 이런 장소를 택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상대가 노골적으로 한바탕 붙을 준비를 마친 모습을 보자 박현우는 순간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
“제론 씨.”
박현우는 앞으로 나서며 최대한 성의를 담아 말했다.
“지난번 클럽에서의 일은 제가 혈기 왕성해서 무례를 범했습니다. 제가 우진 그룹을 대표해 정식으로 사과드립니다.”
한태현은 눈꺼풀만 살짝 들어 올려 박현우를 쓱 훑어봤다.
아무런 온기도 없는 시선은 생명 없는 물건을 보는 듯했다.
한태현이 목을 가볍게 풀자 관절에서 미세한 소리가 났다.
“말로만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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