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화
그녀의 손이 휘장에 닿는 찰나, 소지헌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그것은 더 이상 제왕의 서슬 퍼런 위압감이 아니라 억누를 수 없는 떨림과 비굴함마저 섞인 애원이었다.
“과인과 함께 돌아가자.”
그가 온 힘을 다해 뱉어낸 한마디였다.
“과인은... 네가 사무치게 그리웠느니라.”
조하연의 손이 아주 미세하게 멈칫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찰나의 순간일 뿐이었다.
흔들리는 휘장 사이로 그녀의 모습은 사라졌고 멀어져 가는 발소리는 가볍기만 하였다.
소지헌은 손을 뻗은 채 제자리에 굳어버렸고 손끝에는 차가운 한기만 맴돌았다.
밖에서는 심정우를 향한 그녀의 평온하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방님, 소라는 잠들었습니까? 저는 불 위에 올려둔 약선을 보러 갈 테니 가게를 좀 봐주세요.”
“알았소, 뜨거우니 조심하구려.”
부부간의 지극히 평범한 대화가 날카로운 바늘이 되어 그의 심장을 촘촘히 찔렀다.
그녀는 심지어 단 한 번의 눈길도 그에게 허락지 않았다.
그날 밤, 달은 밝고 별은 드문드문하였다.
심씨 가문의 뜰은 작았으나 채소가 자라고 포도나무가 한편에 자리 잡은 소박한 곳이었다.
조하연은 달빛 아래서 낮에 빤 옷가지를 익숙한 손길로 널고 있었다.
문득 옷을 널던 그녀의 손길이 멎었으나 이내 평소와 다름없이 움직이며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전하께서 깊은 밤 민가에 함부로 드심은 체통에 어긋나는 일이옵니다.”
그림자 속에서 소지헌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달빛을 받은 그의 얼굴은 윤곽이 뚜렷하였으나 눈동자에는 지울 수 없는 어둠이 짙게 깔려 있었다.
“과인은 이 나라의 왕이다.”
그는 그녀를 응시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천하에 과인이 가지 못할 곳이 어디 있단 말이냐?”
조하연은 마지막 옷가지를 널고 손에 묻은 물기를 털어낸 뒤 무표정한 안색으로 그를 보았다.
“그렇다면 전하 뜻대로 하소서. 소인은 피곤하여 이만 쉬러 가겠으니 전하를 모실 처지가 못 되옵니다.”
그녀의 말투에는 노골적인 거리감과 축객의 뜻이 가득하였다.
소지헌은 그녀가 정말로 몸을 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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