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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소지헌은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그 순간 그 눈빛 속에 출렁이던 거센 파도가 서서히 가라앉더니 끝을 알 수 없는 죽음처럼 고요한 황야로 변해 버렸다. 그는 천천히 손을 들어 주위의 병사들에게 ‘물러가라’라는 손짓을 했다. 병사들은 서로를 쳐다보았으나 감히 거역하지 못하고 썰물처럼 빠르게 작은 뜰에서 물러났다. 마당은 엉망이 되었고 공기는 얼음처럼 굳어져 버렸다. “됐다.” 소지헌의 목소리는 사포가 거친 돌을 문지르는 것처럼 심하게 잠겨 있었다. “과인이 너를 강요하지 않겠다.” 조하연은 비수를 쥔 손을 내리지 않은 채 여전히 경계하는 눈빛으로 그를 지켜보았다. 소지헌은 그녀를 보았다. 그녀 눈에 담긴 숨김없는 경계심과 소외감을 보자 그는 가슴이 너무 아픈 나머지 마비가 된 것처럼 멍해졌다. “하지만 과인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소지헌은 조하연을 노려보며 마치 맹세하는 듯, 혹은 저조를 퍼붓는 것처럼 말했다. “조하연, 너는 과인의 여인이다. 이생이 다할 때까지 그러하리라. 과인이 너에게 시간을 주마. 스스로 생각해 보아라. 하지만 반드시 언젠가 과인이 너를 데려갈 것이다.” 그 말을 끝으로 그는 그녀를 돌아보지도 않았고, 뜰 안에서 서로를 끌어안고 흐느끼는 세 식구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그 검은 옷자락이 골목 어귀에 완전히 사라졌어야지 조하연의 팽팽했던 신경이 비로소 풀렸다. 손에 쥐었던 비수는 쨍그랑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고 그녀는 다리에 힘이 풀려 거의 넘어질 뻔했다. “하연.” 심정우가 달려와 그녀를 부여잡았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덜덜 떨리고 있었다. “어떠하오? 어디 다쳤소? 내가 좀 봐야겠소.” 그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목에 난 상처를 살폈다. 다행히 살갗이 조금 벗겨지고 피가 맺힌 정도였다. 심정우는 마음이 아파 속에서 깨끗한 수건을 꺼내 조심스럽게 그 자리를 눌러 주었다. 조하연은 그의 품에 기대어 온몸이 차가워진 채 여전히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두려움 때문이 아니라 재난을 겪고 난 후의 탈진감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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