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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화

“네가 곤충족과 손잡은 이상... 난 절대 너랑 같은 부류가 될 수 없어.” 윤초원의 목소리는 싸늘했고 지금껏 본 적 없는 냉정한 눈빛이었다. “손잡았다고?” 육동혁은 잠시 생각하더니 느긋하게 웃었다. “아니, 초원 씨. 그건 좀 심한 표현 아닌가? 입장 차이가 있다고 해서 이렇게까지 나쁘게 말할 필요는 없잖아.” “입장?” 윤초원은 차갑게 시선을 꽂았다. “네 입장은 뭐야. 그리고... 넌 대체 누구야.” “나는 육동혁이지.” 육동혁은 두 손을 들며 천연덕스럽게 대답했다. “물론 다른 사람들이 기억하는 육동혁은 아닐지도 몰라. 하지만 나는 나야. 이 광활한 세계에 육동혁이라는 이름을 가진 존재가 하나뿐이라는 법은 없잖아? 그쯤은 이해할 수 있겠지? 초원 씨...” 육동혁은 천천히 입꼬리를 올렸다. 윤초원은 그 말뜻을 단번에 이해했다. ‘그렇구나.’ 고개를 숙인 채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건 딱 동명이인이 아니라 빙의된 것이었다. 육동혁은 육동혁이지만 이미 더 이상 원래의 육동혁은 아니었다. “그럼 넌 도대체 누구 편이야?” 윤초원이 다시 물었다. 육동혁은 한 박자 뜸을 들이다가 웃으며 답했다. “편? 없다면 믿겠어?” “흥. 편도 없다는 놈이 우기랑 짜고 온 세상에 곤충독을 퍼뜨렸겠냐.” 윤초원은 코웃음을 쳤다. “휴...” 육동혁은 한숨을 쉬더니 마치 체념한 듯 웃었다. “누구는 권력을 위해서 누구는 생존을 위해서였겠지. 마치 궁중 드라마 속 첩이 황제의 관심을 받으려고 발버둥 치는 것처럼 말이야.” 그 말을 듣자 윤초원이 순간적으로 그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봤다. “남자도 궁중 드라마를 봐?” “남자는 보면 안 돼?” 육동혁이 툴툴거리며 눈을 흘겼다. “게다가... 윤초원, 지금 중요한 포인트는 그게 아니잖아.” 윤초원은 그 순간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조금 전에 육동혁의 몸이 살짝 경련한 것 같았다. 전기가 찌릿 통하는 듯한 미세한 움직임이었다. “설마... 너...” 윤초원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려던 그때였다. “그래!” 육동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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