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화
지방 촬영장에서 참패를 당한 채 돌아오는 길에서 주태준은 마치 이빨과 발톱이 모두 뽑힌 맹수처럼 느껴졌다. 전례 없는 좌절감과 공포가 차가운 파도처럼 그를 집어삼켰다.
전용기가 공항에 착륙하고 문이 열리자 눅눅한 밤공기가 한꺼번에 밀려들어 왔다. 그러나 그 바람조차도 그의 가슴에 깔린 먹구름은 걷어내지 못했다.
운전기사는 이미 도착해 있었고 공손하게 차 문을 열어주었다. 주태준은 차에 몸을 싣고는 피곤하게 눈을 감은 채 쑤셔오는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차 안에는 아직도 달콤하고 느끼한 향수 냄새가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최근에 그가 만났던 양혜린의 초창기 모습을 닮은 신인 여자친구가 즐겨 쓰던 향이었다.
차가 태평산 정상의 별장 진입로에 막 들어섰을 때 그 여자친구는 꽃나비처럼 달려 나와 노출이 심한 슬립 원피스를 입고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태준 씨, 왔어요? 나 진짜 오래 기다렸다고요...”
그녀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늘 그랬듯 주태준의 품에 안기려 했다.
그 순간 주태준은 번쩍 눈을 떴다. 눈동자에는 붉게 충혈된 핏줄과 거의 혐오에 가까운 짜증이 가득했다.
주태준은 눈앞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애써 흉내 냈지만 양혜린의 아름다운 기품에는 만분의 일도 미치지 못하는 얼굴이었다.
그러자 그의 머릿속에는 촬영장에서 봤던 양혜린이 떠올랐다. 차갑고도 거리감 있는, 그러나 꺾이지 않는 눈빛... 이유 모를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꺼져.”
주태준은 거칠게 손을 들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녀를 밀쳐냈다.
여자는 전혀 대비하지 못한 채 비틀거리다 바닥에 넘어졌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얼굴로 그를 올려다보며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
“태준 씨... 왜, 왜 그래요?”
“내가 꺼지랬잖아. 말귀 못 알아들어?!”
주태준의 목소리는 쉰 데다가 분노가 가득 담겨 있었고 금방이라도 이성을 잃을 것 같았다.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마. 꺼져!”
그녀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그의 모습에 완전히 겁을 먹고 울면서 기어가듯 도망쳤다.
주태준은 넥타이를 거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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