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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시간은 조금씩 흘러 낮에서 밤으로, 다시 다음 날 새벽으로 넘어갔다. 양혜린은 자신이 얼마나 오래 꿇고 앉아 있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통증과 출혈로 이미 의식이 흐릿해졌다. 무릎은 이미 피와 살로 엉망이 되었고 피가 못이 가득 박힌 빨래판을 적셔 바닥 위에 검붉은 웅덩이를 만들었다. 차미정은 그제야 느릿느릿 다가와 그녀의 처참한 모습을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동정이라고는 조금도 없었고 그저 혐오만 담겨 있을 뿐이다. “정말 쓸모없는 것! 일어나! 당장 돌아가서 네 남자 마음이나 어떻게 붙잡을지 잘 생각해!” 양혜린은 거의 부서질 것 같은 몸을 겨우 지탱하며 비틀거리듯 일어섰다. 조금만 움직여도 무릎에서 살을 파고드는 통증이 밀려왔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한 걸음씩 휘청거리며 밖으로 걸어 나갔다. 주씨 가문 본가의 대문을 막 벗어나자 강한 어지럼증이 몰려왔고 눈앞이 까매지며 그대로 의식을 잃은 채 차가운 바닥 위로 쓰러졌다. ...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소독약 냄새가 가득한 하얀 병실이었다. 양혜린은 눈을 뜨자마자 정성을 들여 화장을 하고 기세등등한 미소를 띤 얼굴을 마주했다. 바로 강가영이었다. ‘왜 여기에 있는 거지?' 양혜린은 미간을 찌푸리다가 강가영이 입고 있는 원피스를 보는 순간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그 원피스는 그녀가 모델로 활동한 하이엔드 브랜드에서 받은 한정판이었다. 너무 마음에 들어 입지 못하고 늘 드레스룸에 모셔두듯 걸어두던 옷이었다. “그 옷, 어떻게 된 거죠?” 양혜린의 목소리는 허약해 쉰 기운이 섞여 있었지만 차갑게 날이 서 있었다. 강가영은 몸에 입은 원피스를 내려다보더니 일부러 그 자리에서 빙 한 바퀴 돌았다. 치맛자락이 흩날렸고 그녀의 미소는 더욱 도발적이었다. “아, 이거요? 사모님께서 아주머니한테 체벌을 받을 때 태준 씨랑 두 분 안방 침대에 있었거든요. 태준 씨가... 너무 흥분해서 제 옷을 다 찢어버리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사모님 드레스룸에 있던 걸 아무거나 꺼내 입은 거예요.” 강가영은 이내 입술을 비죽이며 숨김없는 경멸을 드러냈다. “솔직히 말해서... 사모님 취향 진짜 촌스러워요. 알고 있어요? 이런 유행 지난 디자인을 어떻게 입고 다닐 생각한 거예요?” 양혜린은 자신의 옷을 입고 그런 거만한 어투로 자신과 주태준의 관계를 떠벌리는 모습을 보며 분노와 역겨움이 동시에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벗어요.” 양혜린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강가영은 못 들은 척하는 건지 아니면 애초에 신경조차 쓰지 않는 듯 말했다. “네? 뭐라고요?” “그 옷, 당장 벗으라고.” 양혜린은 한 글자씩 또박또박 내뱉었다. 그녀의 눈빛은 서늘한 칼날처럼 날카로웠다. 강가영은 그런 그녀의 눈빛에 잠시 움찔했지만 이내 가슴을 펴고 오만하게 말했다. “안 벗어요. 내가 왜 벗어야 해요? 태준 씨가 그랬어요. 태준 씨 건 전부 내 거라고요! 고작 낡은 치마 하나 가지고 쪼잔하게...”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양혜린은 병상에서 벌떡 일어나 무릎과 온몸의 통증도 아랑곳하지 않고 강가영의 머리채를 잡아 벽으로 세게 내리쳤다. 둔탁한 충돌음이 병실 안을 가득 채웠다. “아악!” 강가영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벗을 거야, 말 거야?” 양혜린은 그녀의 머리채를 움켜쥔 채 물었다. 눈빛에는 평소의 온화함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양혜린! 네가 나한테 이래도 되는 줄 알아?! 태준 씨가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 강가영은 눈물을 흘리며 날카로운 목소리로 위협했다. “가만두지 않는다고.” 양혜린은 비웃으며 손에 힘을 줘 다시 한번 머리를 내리쳤다. “네가 뭔데? 불륜녀 주제에. 이봐, 뭔가 착각하나 본데. 나는 주태준 법적 아내야. 정식으로 결혼한 주씨 가문 안주인이라고. 그리고 너는 그냥 주태준의 수많은 장난감 중 하나야. 영원히 당당하게 나설 수 없는 불륜녀지!” 강가영은 정곡을 찔린 듯 버둥거리며 소리쳤다. “하, 네까짓 게 뭔데 태준 씨 아내야?! 서울에서 누가 몰라, 네가 태준 씨 마음 하나 못 잡는 거! 태준 씨가 사랑하는 건 나야! 난 너보다 훨씬 젊고 훨씬 예뻐! 그러니까 태준 씨가 날 더 사랑하는 거야!” “젊다고?” 양혜린은 세상에서 가장 우스운 말을 들은 듯했다. 손의 힘은 줄지 않았지만 목소리에는 극도의 조롱이 담겼다. “강가영, 머리에 든 건 뇌가 아니라 똥이니? 주태준은 그냥 어린 애들만 좋아하는 거야. 어린 너를 좋아하는 게 아니야. 알아들어? 젊은 여자는 세상에 널리고 널렸어. 그런데 네가 주태준 마음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아? 아니? 절대 못 해. 잘 들어, 주태준은 어떤 여자에게도 정착하지 않아. 너도 예외는 아니라는 거 알아둬!” 양혜린은 강가영의 머리채를 잡아 올려 억지로 고개를 들게 했다. 그러고는 차갑게 내려다보며 말했다. “마지막으로 물을게. 벗을래, 말래?” 강가영은 양혜린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서늘한 한기에 기세가 완전히 눌려버렸다. 두피가 찢어질 듯 아파져 오자 결국 공포에 질려 울며 애원했다. “벗을게! 벗을게요! 때리지 마세요! 지금 당장 벗을게요!” 그녀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황급히 한정판 원피스를 벗어 던졌고 속옷만 입은 채 바닥에 초라하게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양혜린은 더럽혀진 원피스를 집어 들고 역겨운 듯 쓰레기통에 던진 후 문을 가리키며 차갑게 한 글자씩 내뱉었다. “꺼져.” 강가영은 팔로 몸을 가린 채 수치심과 분노에 몸을 떨었다. “양혜린! 꼭 이렇게까지 나를 모욕해야겠어?” “모욕?” 양혜린은 강가영을 내려다보며 냉정하게 말했다. “주제도 모르고 먼저 나를 도발한 건 너잖아. 내 옷 입고 내 침대에서 뒹굴었다고 내 자리도 대신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어? 꿈도 꾸지 말고 내 앞에서 꺼져.” 강가영은 입술을 세게 틀어 물었다. 그녀의 눈에는 원망과 불만이 가득했고 이내 고개를 치켜들며 자포자기한 듯 외쳤다. “그래! 지금은 네가 나보다 지위도 높고 신분도 좋겠지! 하지만 양혜린, 두고 봐! 지금 태준 씨가 사랑하는 사람은 나야! 못 믿겠으면 지켜보라고!” 그 말을 마치자마자 양혜린이 반응할 틈도 없이 강가영은 갑자기 몸을 일으키더니 병실의 열린 창문으로 향해 달려가 망설임 없이 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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