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화
공지율의 표정이 급변하며 황급히 공호열의 시선을 피해버렸다.
“지난번 사건이라고요? 난 오빠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네요.”
“내가 다시 조사해서 네 사진까지 가져와 보여줘야 인정할 거야?”
공호열은 차갑게 비웃었다.
“너 대학은 어떻게 갔는지 잊었어? 그런데 아직도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고 우리가 네 졸업증까지 돈으로 사주길 바라는 거냐?”
공지율은 어느새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너무도 분하고 창피했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고 한 마디도 반박하지 못했다. 그러자 온혜영이 불쾌한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호열아, 지율이는 누가 뭐래도 네 동생이잖니. 아직 나이도 어려서 일 처리도 제대로 못 하는 건 맞지만 그래도 다 널 생각해서 하는 말이잖아. 그런데 너는 남을 위해서 꼭 네 동생을 이렇게 창피를 줘야 했니? 지난번 일도 그래. 애초에 빈틈을 보이지 않았으면 지율이도 그런 짓을 했을 리가 없었을 거야. 전부 지율 탓만 할 수는 없다고.”
“둘째 큰어머니. 전 사실만 말했을 뿐이에요.”
공호열은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다들 공지율이 아직 어리다면서 봐주고 있죠. 계속 이런 식이라면 공지율은 앞으로 더 막무가내로 클 거고 통제하기도 힘들 거예요. 그러면 오히려 손해를 보는 건 공지율이 되겠죠.”
“너...”
분노가 치민 온혜영은 하마터면 품위를 잃고 소리를 지를 뻔했다.
“호열아, 그만해.”
연정란이 적당하게 끼어들며 거실에 흐르던 숨 막히는 분위기를 깨버렸다.
“할아버지께서 아직 너희들을 기다리고 있으니 얼른 가보는 게 좋겠구나.”
어차피 서로 보이지 않으면 싸우지도 않을 것이었다. 여하간에 이번 일로 그들은 권예진이 가족의 불화만 일으키는 문제아라고 생각했다. 공호열은 조금 전보다 누그러진 얼굴로 담요를 덮고 있는 권예진을 보았다.
“지금 할아버지 상태를 봐줄 수 있어?”
“네.”
권예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말을 마친 그는 긴 다리를 뻗어 그녀에게 다가간 뒤 담요를 치웠다. 그녀를 안아 올리자 그녀는 그의 품에 기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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