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4화
가해 운전자는 최대한 빨리 병원으로 옮겨졌다. 권예진은 구급차 쪽으로 달려갔다. 그 순간 안에 있던 의료진 중 한 명이 문을 열고 내려오더니 이마의 식은땀을 닦으며 침통한 얼굴로 말했다.
“한발 늦었습니다. 이미 숨이 멎었어요.”
“그럴 리가 없어요!”
권예진은 믿지 않았다.
의료진이 이미 시신 위에 흰 천을 덮은 상태였다. 권예진은 오랜 시간 한약을 가까이 해온 덕에 후각이 예민했다. 안에 들어가지 않았는데도 피 특유의 쇠 비린내가 코를 찔렀다.
권예진은 곧바로 구급차에 올라 흰 천을 들춰보았다.
가해 운전자의 코와 입가엔 검붉은 피가 흐르고 있었고 이미 숨이 끊긴 상태였다. 게다가 얼굴에는 멍 자국이 군데군데 퍼져 있었다. 누가 봐도 폭행을 당한 흔적이었다.
죽었다. 그는 진짜로 죽어 있었다.
순간 권예진은 벼락이라도 맞은 듯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외상 흔적을 보면 먼저 폭행한 뒤 독극물을 먹인 것 같았다. 아니면 이토록 순식간에 손쓸 틈도 없이 죽을 리 없었다.
애초에 교통사고 자체도 수사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가해자까지 죽었다. 사건은 순식간에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셈이었다.
도대체 누구 짓이기에 공호열 쪽에서도 아직까지 알아내지 못한단 말인가.
아니면 단서를 찾지 못했다는 정민욱의 말이, 사실은 그저 핑계에 불과했던 걸까?
곧 교도관이 법의학자를 불러 부검을 의뢰했고 결과는 금세 나왔다.
가해 운전자는 갈비뼈 두 대가 부러져 있었고 손목뼈에도 금이 가 있었다. 몸 여기저기에 폭행을 당한 흔적이 선명했지만, 정작 그게 사망 원인은 아니었다.
진짜 죽음의 원인은 음식에 들어 있던 독 때문이었다.
이렇게 큰 사고가 터지자 가장 먼저 연락을 받은 건 교도소장이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소장은 소식을 전해 듣자마자 이마에 식은땀이 맺히더니, 소리를 질러댔다.
“이 쓸모없는 놈들! 사람 하나 제대로 못 지켜? 전부 쓸모없는 것들 같으니!”
분노에 찬 그는 전화를 내던지다시피 끊고 허겁지겁 교도소로 달려갔다.
그와 동시에 벤틀리 한 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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