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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화

“지금 나를 의심하는 거야?” 공호열은 검은 눈을 가늘게 좁히며 그녀를 바라봤다. 싸늘하게 가라앉은 얼굴에서 위험한 기운이 서서히 피어올랐다. 권예진은 그 날카로운 시선을 정면으로 받아내며 말했다. “해경에서 호열 씨가 알아내지 못할 사람이 과연 있을까요?” 공호열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사람이지 신이 아니야. 모든 일을 미리 내다볼 수 있었다면 애초에 할아버지께서 쓰러지실 일도 없었을 거고, 네가 결혼하자고 들이밀 일도 없었겠지.” “허.” 권예진은 냉소를 흘렸다. 그 모습에 공호열의 얼굴은 더욱 어두워졌다. “어르신이 쓰러진 건 사고였고, 내가 결혼을 밀어붙인 건 기회를 잡은 것뿐이에요. 우연의 일치였죠. 하지만 이번 일은 다르잖아요. 교도소에서 폭행당하고, 독까지 먹고 죽은 거예요. 이건 명백한 타살이에요.” “사람 때린 건 나야.” 공호열은 숨기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그는 오늘 직접 가해 운전자를 면회했으니, 권예진이 조금만 알아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일이었다. “호열 씨라고요?” 권예진은 놀란 눈으로 말했다. 그리고 곧바로 고개를 돌려 교도소장 옆에 서 있던 교도관을 쏘아보며 말했다. “이게 당신들이 말한 규정이에요? 이 사람은 죄수한테 손찌검까지 할 수 있는데, 난 면회조차 못 한다? 가진 것도 권력도 없으니까?” 교도관의 이마엔 식은땀이 맺혔고 목이 타는 듯 침을 꿀꺽 삼켰다. 뭐라 답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렸다. 권예진은 다시 고개를 돌려 공호열을 노려봤다. 그 눈빛엔 분노가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내가 안에 들어가서 면회를 할 수만 있었어도, 그 사람 오늘 죽지 않았을 수도 있었어요. 이 사람들이 막지만 않았어도, 내가 구급차에서 억지로라도 토하게 만들 수 있었단 말이에요. 지금 여기 있는 사람들 전부 크고 작게 책임이 있어요.” “권예진 씨 말씀이 맞습니다.” 그때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던 교도소장이 머리를 조아리며 앞으로 나섰다. 공호열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지는 걸 본 그는 이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걸 깨달았다. 감히 공호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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